“이란핵 합의 이후 6자회담 진전 위해 의미있는 노력 진행중… 北 뺀 6者 5개국, ARF서 북핵 조율”

입력 2015-08-01 02:11

한국과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가 6일 말레이시아에서 북한 핵 문제 조율을 위해 머리를 맞댄다.

미국 워싱턴의 고위 외교 소식통은 30일(현지시간) “이란 핵 합의 이후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의 진전을 위해 의미 있는 노력이 진행 중”이라며 “우선 6일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6자회담 당사국 간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ARF는 아세안이 주도하는 지역 내 다자간 안보기구로 북한을 포함한 6자회담 당사국이 모두 참가한다. 올해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ARF에는 북한 이수용 외무상의 참석이 예정돼 있다.

워싱턴의 다른 외교 소식통은 “이란 핵 협상은 이란을 제외한 P5+1(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독일)의 의견이 일치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며 “북한 핵을 다루는 6자회담이 성공하려면 5개국(한·미·일·중·러)의 입장 조율이 먼저”라고 말했다. 그동안 북한을 제외한 5개국 간에도 상당한 이견이 노출돼 왔다고 이 소식통은 귀띔했다.

‘북한은 이란과 다르다’는 게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이다. 이란 핵 합의가 성공했다고 해서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고 세 차례나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과 대화가 열릴 것이라는 추측은 금물이라는 것이다. 존 케리 미 국무장관도 미 의회 청문회 과정에서 이런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미국은 이란 핵 협상의 성공 프로세스를 6자회담에 적용하기 위해 북한을 제외한 나머지 참가국 간 의견 조율에 착수했다. 이를 위해 국무부의 시드니 사일러 북핵특사는 지난 27일부터 31일까지 한국과 중국, 일본을 차례로 방문하며 6자회담 차석대표들과 의견을 교환했다.

워싱턴의 비확산 전문가들은 대부분 이란 핵 협상을 ‘성공한 협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 근거로 △이란의 핵개발 정보에 대한 풍부한 사전 정보 △이란을 제외한 나머지 협상 참가국들의 의견일치 △미·이란, EU·이란 등 다양한 대화 채널의 가동 △방대하고 상세한 합의서 채택 △강력한 검증 절차 보장 등을 꼽는다.

반면 1994년 제네바에서 타결된 북한 핵 협상은 이란 핵 협상과 비교하면 사전 정보, 규제 대상, 합의문 형식, 검증 방식 등에서 부실한 합의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사후관리 부재로 북한의 핵 개발을 통제하지 못했다는 반성이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외교 소식통은 “이란 핵 협상의 반대론자들은 핵 협상 타결에도 불구하고 이란이 미국에 적대적인 태도를 바꾸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들어 오바마 행정부의 타협을 비판하는 것”이라며 “그러나 협상 프로세스와 합의문을 자세히 뜯어보면 핵 프로그램 억제 취지가 아주 잘 반영되고 있어 북핵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시사점이 많다”고 분석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