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집회를 두려워하는 성도들과 내 생각은 달랐다. 수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복음을 듣고 예수를 영접한다면 마을 분위기가 달라지고 성도들도 교회에 다니는 것을 숨기고 있는 지금과 달리 자신이 크리스천이라는 것을 당당히 밝힐 수 있게 될 것 같았다.
나는 맞다 싶으면 불도저처럼 밀어 붙이는 성격이다. 계획을 짜서 한국에서 강사를 비롯 단기선교 봉사자 20여명이 와서 전도집회를 열도록 준비를 시작했다. 그러자 성도들은 더 크게 반발했다.
“목사님. 이곳 주민 모두가 무슬림입니다. 대형집회를 열면 우리가 다 알려지고 주변 사람들에게 저희는 맞아 죽습니다. 아직 이곳 분위기를 모르세요. 만약 집회를 강행하시면 저희가 교회를 떠나겠습니다.”
전도집회를 위해 한국서 강사와 단기팀이 오기로 했는데 고민에 빠졌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전도집회’ 명칭 대신 ‘학교잔치’라고 이름을 붙이기로 했다. 그 때서야 교회 성도들도 좀 누그러지는 것 같았다.
한국에서 강사와 단기선교 봉사자 20여명이 도착했고 나는 학교 옆 큰 공터에 대형천막을 치고 주민들을 불러 모았다. 주민 대부분이 직업 없이 노는 사람이라 행사만 열리면 자리가 비좁을 만큼 사람은 넘쳤다. 40여명의 지역 유지들도 참석해 힘을 실어 주었다.
시작은 축제분위기였다. 단기선교 율동팀이 찬양하며 춤을 추자 모두 박수를 치며 신나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드디어 강사가 올라가 설교를 시작했다. 축사인 줄 알았는데 통역에 의해 기독교 복음을 전해지자 갑자기 내부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때 마침 무슬림들에게 기도시간을 알리는 아잔소리가 근처 모스크에서 울리기 시작했다. 순간 설교 중인데도 좌석 중간에서 한 남자가 벌떡 일어나 큰 소리로 외치듯 말했다.
“마이크를 끄고 당장 집회를 중단하라. 지금 우리가 기도해야 하는 아잔 소리가 들리지 않느냐. 그리고 저 한국인들이 학교잔치를 한다고 우리를 모아 놓고 기독교인으로 개종시키려 하는데 우리 모두 다 일어나 이것을 막아야 한다.”
놀란 선교팀은 모여 앉아 통성기도를 시작했고 당황한 나도 소요를 막아보려 했으나 주민들은 웅성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역 유지들은 나를 향해 “학교축제를 한다고 해놓고 이게 무슨 짓이냐!”며 강하게 항의했다. 난 “이것은 한국의 축제스타일이다. 또 미션스쿨인데 이 정도는 이해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조금도 지지 않았다. 화가 난 그들은 내게 “내일 또 이 집회를 열면 가만두지 않겠다. 천막을 모두 불태워 버릴 것”이라고 경고한 뒤 사라졌다.
내게 협조적이던 유지들도 이들의 거센 반격에 꼬리를 내리고 사라졌다. 그나마 물리적 충돌이 일어나지 않은 것은 단기팀의 중보기도 덕분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다음날도 집회를 강행했다. 주민과 지도자들은 오지 않고 불량배들만 모여 있었다 설교가 시작되자 이들은 난동을 피웠다. 집회는 또 무산됐고 마지막 날인 3일째도 마찬가지였다.
열매를 전혀 맺지 못한 전도집회여서 선교팀에게 너무 미안했다. 그들은 “이슬람권 선교의 어려움을 알게 됐다”며 나를 오히려 격려해 주고 떠났다. 이 일로 나는 사역에 힘이 쭉 빠졌다. 이슬람권 선교는 정말 안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나를 사로잡았다.
그런데 슬럼프에 빠져 있던 나를 일으켜 준 것은 다름 아닌 주님의 음성이었다. 기도 중에 주님이 “이곳을 잡고 있는 악한 영들이 너희의 기도로 다 무너졌다. 이제 이 지역 영권이 네게 있으니 자신감을 갖고 복음을 전하라”고 하셨다. 이 성령의 음성은 내 몸과 두 손에 힘이 불끈 솟게 했다. 처져 있던 어깨가 다시 반듯이 올라갔다.
정리=김무정 선임기자 kmj@kmib.co.kr
[역경의 열매] 박천록 (9) 전도집회 도중 설교… 무슬림들 “중단하라” 거친 항의
입력 2015-08-03 00: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