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학 고재는 고(故) 이동엽(1946∼2013) 화백의 개인전을 갖는다. 이동엽은 단색화의 첫 테이프를 끊은 작가군 중 한 명이다. 첫 단색화 전시로 일컬어지는 1975년 일본 동경화랑의 ‘한국 다섯 명의 작가, 다섯 개의 흰색 전’에 권영우, 허황, 서승원, 박서보 등과 함께 참여했다.
이동엽은 이듬해 제 6회 카누 국제회화제에 한국 대표로 참석해 3인 공동 국가상을 받았다. 이어 한국미술대상전, 중앙미술제 등에서 잇달아 수상했다. 1980년대까지 활발한 활동을 펼쳤던 그는 90년대 들어 침체기를 걷는다. 상대적인 저평가 속에서 심리적 좌절과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 그럼에도 “작업할 때면 어둠(불안)이 쓱 가신다”며 붓을 놓지 않았다. 2000년대 들어 다시 세상의 평가를 받기 시작했지만 내면에 쌓였던 울분이 지병으로 이어져 이른 나이인 69세에 타계했다.
근래 수년 사이에 단색화가 세계 미술시장에서 뜨는 가운데 그 역시 주목을 받고 있다. 2014년 아트아시아퍼시픽 잡지에서 미술비평가 로버트 라일즈가 ‘백색을 넘어서: 오늘의 단색화 읽기’를 게재하며 주요 작가로 언급하기도 했다. 학고재는 “이동엽 작품이 단색화 열기의 수혜를 입지 못해 안타깝다”며 “생전(2008년)에 개인전을 열었다. 또 한번의 개인전으로 재조명의 기회를 갖고자 한다”고 밝혔다.
전시에는 작가가 1980년대부터 시도한 ‘사이’ 연작 15점을 선보인다. 동양화를 그릴 때 쓰는 넓은 평붓으로 흰색과 회색이 자신의 색역을 가지면서도 스미듯 겹치는 기둥을 만들어내는 작품이다. 평론가 윤진섭씨는 “색과 형에 관한 극도의 절제를 통해 스펙터클한 물질 위주의 현대인의 가치관에 경종을 울린다”고 평했다. 23일까지(02-720-1524).
손영옥 선임기자
단색화 첫 세대 회색·백색 스쳐 절제미… 이동엽 개인전
입력 2015-08-03 0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