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지 않는 옷을 입는 것처럼 불편한 일이 있을까? 체형에 맞는 옷을 입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변 환경에 맞는 옷을 입어야 하는 일이 사회생활에서 중요해진 지 오래다. ‘드레스 코드’라는 용어 자체가 현대사회에서의 옷의 역할을 잘 말해준다. 일상의 삶에서도 옷이 이렇듯 중요하니 우주와 같이 생존 여건이 지구와 매우 다른 환경에서의 옷은 과연 얼마나 중요할까를 묻는다면 다소 무의미한 질문이 될 듯하다.
올해는 인류가 지구 밖 우주 공간에서 첫 나들이를 경험한 지 50주년이 되는 해다. 인류 최초의 우주유영은 구 소련 우주인 알렉시 레오노프에 의해 1965년 3월에 성취되었다. 미국은 그보다 3개월 늦은 6월에 제미니 4호에 탑승했던 에드 화이트에 의해 우주유영을 처음 기록하게 되었다. 우주유영을 위해 착용하는 옷을 ‘선외활동용 우주복’이라 하는데, 이것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혹독한 우주환경 및 여건을 극복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이를 착용한 우주인은 진공 상태에서 나타나는 섭씨 120∼150도 범위의 온도차, 극미한 중력, 강력한 태양빛과 칠흑 같은 어둠 등을 극복하고, 초속 8∼16㎞의 속도로 지구를 공전하는 초소형 유성과 궤도 잔해들로부터 보호받는다.
자신의 카메라도 작동하지 못할 정도로 부푼 우주복을 입었던 레오노프와 달리 현대의 우주인들은 3겹으로 이루어진 고기능 우주복을 착용하는데, 3겹의 총 두께는 0.25㎝ 이하로 매우 얇다. 미국은 지난 50년간 총 2877시간의 우주유영 경험을 통해 인간 체형에 맞게 분절화된 우주복을 개발하였다. 이는 배낭 모양의 생명유지 장치를 메고 활동함에 있어 유연성과 확장성을 주기 위한 것으로 최소 10만번의 반복 검사(25회 정도의 우주유영에 해당)를 통해 안전성을 검증한다.
앞으로의 우주복은 로봇공학을 적용하여 피로도를 낮추고, 한층 보강된 안전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개발이 이루어질 것이라 한다. 머지않아 영화 ‘아이언맨’의 주인공이 착용한 슈트와 비슷한 복장의 우주인을 볼 수 있을 듯하다. 개인정보가 유출돼 불쾌감이 심한 요즘, 우리 삶의 보호를 위한 슈퍼파워 복장을 만들어줄 재단사를 기다려본다.
노태호(KEI 선임연구위원)
[사이언스 토크] 우주복과 사이버 공간
입력 2015-08-01 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