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30일 낮 최고기온은 37도였다. 포항 36.9도, 울산 36.6도, 강릉 36.5까지 치솟았다. 장마가 물러가고 남서쪽에서 고온다습한 공기가 유입돼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낮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찜통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폭염은 과거에 비해 유난히 빨리 찾아오고 길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인해 한반도의 폭염이 갈수록 더 심해지고, 더 자주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소리 없는 살인자’란 별명처럼 2030년에는 폭염 사망자가 배 이상 증가할 거라고 경고했다.
◇‘온난화 충격’ 유독 큰 한반도=기상청은 이날 대구 울산 경북 경남 전북 전남 강원 제주의 36개 시·군에 폭염경보를 발령했다. 대전 경기 충남 곳곳과 충북 전역에는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다. 폭염주의보는 낮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일 때, 폭염경보는 35도 이상인 날이 이틀 이상 이어질 것으로 예상될 때 발효된다.
이렇게 무더웠던 날, 기상청은 서울 영등포구 공군회관에서 ‘폭염대응 토론회’를 열었다. 기후변동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은 2100년까지 지구 평균기온이 1∼3.7도 오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나득균 기상청 예보정책과장은 “민감하게 반응하는 지역은 육지·고위도이고 우리나라가 속한 지역대가 가장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기상청의 전국 주요 관측지점 45곳에서 하루 최고기온이 33도를 넘어선 폭염일은 최근 30년(1981∼2010)간 연평균 11.2일이었지만 최근 5년(2010∼2014) 평균은 12.7일이었다. 열대야가 나타난 날은 최근 30년간 연평균 5.3일, 최근 5년간 9.7일이다. 5월부터 폭염과 열대야가 찾아오는 등 여름은 갈수록 일찍 시작되고 있다. 올해도 5월부터 폭염특보가 발령됐고 지금까지 열대야가 41일 발생했다.
폭염 추세의 변수는 온실가스 배출량이다. 국립기상과학원이 예상한 시나리오 중 온실가스를 적극 감축해 이산화탄소 농도가 420ppm일 경우 폭염일수는 2050년 무렵까지 계속 늘어나 현재의 5배를 기록한 뒤 유지될 것으로 예상됐다. 온실가스를 현재 수준으로 계속 배출해 이산화탄소 농도가 940ppm까지 높아질 경우 상황은 폭염일수는 지금의 10배 이상으로 증가할 수 있다. 김백조 국립기상과학원장은 “우리나라는 온난화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데다 고령화도 심각해 폭염이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폭염 사망자 급증 우려=질병관리본부는 지난 28일 충남에 거주하는 A씨(34)가 건설현장 야외작업 도중 열사병 증상을 보여 끝내 숨졌다고 밝혔다. 29일에도 전남에서 폭염 사망자 한 명이 추가로 발생했다. 26∼28일 사흘간 열사병·열실신·열탈진 등 ‘온열질환’을 호소하며 응급실을 찾은 사람은 모두 74명이었다.
1991∼2012년(1994년 제외) 여름철에 서울에서만 온열질환으로 평균 100명이 숨졌다. 기상청은 장마가 짧고 강수량이 적었던 1994년 전국에서 3384명이 폭염 때문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한다. 2003년 유럽 폭염보다 심각한 수준이었다.
국립기상과학원은 2030년대에는 온열질환 사망자가 지금보다 배 이상 많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사망자 중 75세 이상 비율은 현재 27%에서 66%를 훌쩍 넘어설 것이라는 분석도 내놨다. 김호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2011년 기준 폭염에 의한 건강영향 비용은 7075억원으로 전체 기후변화 건강영향 비용의 78%에 달한다”고 밝혔다.전수민 심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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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찜통 더위에 열사병… 탈진… 온열환자 속출
입력 2015-07-31 03: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