兄의 반격 株의 대결

입력 2015-07-31 03:08

장남의 반격이 시작됐다. 롯데그룹의 후계구도를 둘러싼 ‘왕자의 난’이 2라운드에 돌입한 것이다. 신격호(93) 총괄회장을 앞세운 장남 신동주(61) 전 일본롯데 부회장이 당사자 중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는 30일 KBS와의 인터뷰에서 신 총괄회장의 서명이 담긴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들에 대한 해임지시서를 공개하면서 “아버지가 나를 이 회사의 사장으로 임명했다”고 밝혔다. 또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는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진 해임은 ‘쿠데타’가 아니라 아버지의 뜻이었다”며 “주주총회에서 이사진 교체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장남의 쿠데타와 차남 신동빈(60) 롯데그룹 회장의 진압이 1라운드였다면 이제 후계 다툼은 한·일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인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 대결이라는 2라운드로 치닫고 있다.

여기에 신 총괄회장의 일본인 부인이자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형제의 어머니인 시게미쓰 하쓰코(重光初子·88)씨가 이날 입국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버지와 장남에 이어 모친까지 차례로 한국에 들어오면서 차남을 제외한 총수 일가의 가족회의가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신 전 부회장은 일본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버지는 신동빈 회장을 쫓아내려는 강한 의지를 갖고 계셨다”며 “내가 억지로 아버지를 일본으로 모셔온 것이 아니며, 그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지난 18일 (아버지께서) 신 회장에 대해 일본롯데그룹 직책 해임을 지시했다”며 “그러나 신 회장이 아버지의 얼굴을 보지 않고 사퇴하지도 않았다. 아버지는 무시당했다고 화를 냈고 ‘내가 직접 가서 명령하겠다’고 일본을 방문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은 보도자료를 내고 인터뷰 내용을 반박했다. 롯데그룹은 “신 전 부회장 해임은 일본롯데의 실적 부진에 따른 것으로 경영 성과에 대한 결과”라고 밝혔다. 또 신 총괄회장이 신 회장 해임을 직접 지시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신 전 부회장과 일부 친족이 고령으로 거동이 불편한 신 총괄회장을 임의로 모시고 가 구두로 해임 발표를 유도한 것”이라고 말했다. 신 총괄회장이 장남을 일본롯데 사장으로 임명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법적 효력이 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신 총괄회장은 일본뿐 아니라 한국 롯데그룹 임원 3∼4명까지 해임한다는 문서를 작성하고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 체류 중인 신동빈 회장이 할아버지 기일인 31일 귀국할지는 유동적이라고 롯데 측은 전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