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고교 교사 5명, 교사·학생 성추행 논란 학교 쉬쉬… 알고보니 교장도 연루

입력 2015-07-31 03:39
서울의 한 공립고등학교 남자 교사들이 여학생과 여교사들에게 지속적으로 성추행과 성희롱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성추행 문제를 일으킨 교사가 별다른 징계 없이 다른 학교로 옮겨 버젓이 수업을 하기도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특별감사를 벌이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30일 서울 K고의 연쇄 성추행·성희롱 사건에 남자 교사 5명이 가해자로 연루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모두 50대다. 학교 관리·감독의 총책임자인 교장도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청은 지난 14일 이 학교의 한 여학생이 특별활동시간에 미술실에서 A교사에게 성추행 당했다는 여교사의 제보를 받고 감사에 착수했다. A교사는 이 여학생 외에도 다른 여학생과 동료 여교사들에게 1년 이상 성추행·희롱을 일삼은 것으로 나타났다. A교사는 교내 성폭력고충처리위원이기도 했다.

감사 결과 B교사는 수업시간에 여학생들에게 ‘황진이’ ‘춘향이’ 등의 별명을 지어주고 자신이 연예인과 성관계를 하는 상상을 이야기하는 등 성희롱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또 교무실과 복도에서 동료 여교사들의 몸을 만지며 추행을 일삼았다. 특히 추행당한 여교사 중에는 막 교편을 잡은 20대 신참 교사, 기간제 교사 등 약자가 많았다. A·B교사는 경찰에 고발됐고 지난 22일 직위해체된 상태다.

이 학교의 성추행 사건은 지난해부터 계속됐지만 지금까지 은폐돼 왔다. 교육 당국이 이를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초반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C교사는 지난해 2월 회식 당시 노래방에서 동료 여교사를 강제로 끌어안는 등 추태를 부렸다. 피해 여교사는 곧바로 교장에게 문제를 제기했으나 교장은 중재한다는 명분으로 사태를 무마시켰다. C교사는 사건 발생 1년이 지나서야 다른 학교로 전출됐고 학교나 교육청 모두 별다른 징계를 내리지 않았다.

D교사는 지난 2월 여학생의 신체를 만지는 등 추행한 혐의로 서울경찰청 성폭력특별수사대의 수사를 거쳐 검찰에 송치됐지만 3개월의 직위해제 조치를 받았을 뿐이다. 현재는 교육청의 요구로 병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고 있다.

교육청은 학생과 교사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이는 동시에 추가 피해 여부를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교육청 관계자는 “관리자들과 교사, 학생들을 상대로 광범위한 조사를 벌여 추가 피해 사실이 없는지 면밀히 파악하겠다”며 “계속되는 성추행·성희롱 사건의 원인을 정밀 분석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