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속도전 vs 野, 장기전… 여야, 핵심 현안 놓고 시간싸움

입력 2015-07-31 02:24
이종걸 원내대표(오른쪽 세 번째) 등 새정치연합 관계자들이 30일 국회에서 열린 ‘국정원 해킹사태 해결을 위한 토론 및 백신 프로그램 발표회’에서 화상회의를 통해 캐나다 비영리 연구팀인 ‘시티즌랩’ 관계자의 증언을 듣고 있다. 구성찬 기자

최근 여야 공식 회의에선 두 가지 주제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국가정보원 민간인 해킹 의혹과 노동시장 구조개혁이다. 새누리당은 국정원 관련 의혹을 하루빨리 털어내고 노동개혁을 완수해 내년 4월 총선은 ‘개혁 정당’을 내걸고 치른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은 장기전에 들어갔다. 국정원 해명은 ‘꼬리 자르기’로, 여당발(發) 노동개혁은 ‘밀어붙이기’로 규정하고 반격에 나설 태세다.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3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정원 해킹 의혹과 관련해 “동그라미를 보면서 동그라미가 아니라고 자기 최면을 걸거나 세모나 네모라고 우기는 일은 정말 곤란하다”고 했다. 야당이 사실을 왜곡하고 의혹을 부풀리고 있다고 꼬집은 것이다. 그러면서 “실체 없는 뜬구름 같은 의혹 제기로 사이버 정보활동의 방어막을 허무는 안보 자해행위는 중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 정보위 새누리당 간사인 이철우 의원도 “(야당이 요구하는) 로그파일은 공개 안 하고 정보 분석 자료로 판단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방어막을 쳤다. 이런 대야 강경 분위기는 지난 27일 국회 정보위의 국정원 현안보고 이후 뚜렷해졌다.

대신 노동개혁에 박차를 가했다. 갈 길은 먼데 시간이 없는 새누리당은 노사정위원회를 속히 재개해야 한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당 노동시장선진화특별위원장인 이인제 최고위원이 “정기국회 내에 마무리하려면 노사정위가 축적한 성과를 바탕으로 마지막 피치를 올려야 된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 의원은 “별도 기구를 구성해 여야가 참여하는 순간 다른 법안들이 연계되면서 개혁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여당 스케줄에 일방적으로 끌려가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노동개혁을 추진할 사회적 대타협 기구를 제안한 건 이런 이유에서다. 핵심 당직자는 “공무원연금 개혁 때의 경험을 분석해 노동개혁 과제별로 맞춤형 전략을 짤 것”이며 “8월 말까지 시간을 갖고 천천히 논의하겠다”고 했다.

국정원 해킹 의혹은 최소한 9월 정기국회까지 불씨를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국회 상임위를 총가동해 ‘해킹 국정감사’를 치르겠다는 것이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정책조정회의에서 “대통령의 진상규명 의지가 없다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면서 국정조사 실시와 특별검사제 도입을 언급했다. 이 원내대표가 비영리 사단법인 ‘오픈넷’과 함께 개최한 토론회에선 국정원이 이탈리아 ‘해킹팀’에 카카오톡 감청 기능을 추가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캐나다 비영리 연구팀 ‘시티즌랩’은 이런 내용과 함께 국정원이 휴대전화 실시간 감청과 이동통신사를 통한 감청 가능성을 문의했다고 증언했다. 국정원은 지난 14일 정보위 전체회의에서 해킹 프로그램을 카카오톡에도 적용할 수 있는지 문의했다고만 해명했었다.

문병호 의원은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사퇴를 촉구했다. “국정원의 해킹 프로그램은 감청 설비에 해당되지 않아 인가 대상이 아니다”고 한 최 장관의 발언이 법령 해석을 왜곡했다는 이유에서다. 문 의원은 이병호 국정원장에 대해서도 “불법행위를 시인하고 책임지라”고 몰아쳤다.

권지혜 문동성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