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두 차례 비가 내리기는 했지만, 오랜 가뭄 탓인지 아름다운 여름정원과 풍요롭던 텃밭에 미국 선녀벌레등의 병충해가 들었다. 약속의 땅이 산성토양으로 변질될까봐 끝까지 이행하고 싶지 않았지만 날로 창궐해 가는 병충해를 막기 위해 결국은 퇴치용약을 살포해서 일단 더 이상의 번짐은 잡았지만 지속되는 무더위에 또 다시 고개를 드는 병충해를 보며 짜증이 치솟는다. 언제나 감사 찬양을 흥얼거리며 사는 편이건만 불쾌지수까지 높은 날씨는 내 입술에서 찬양이 아닌 불평이 터져 나오게 한다.
한데, 며칠 전 아침 묵상 예배 후 이층발코니를 걸어 나오다보니 물 빠짐 수채 구멍 틈새에 이름 모를 노란 꽃 한 송이가 피어난 것을 발견했다. 정원의 흙도 화분의 흙도 아닌, 겨우 한 스푼이나 될까 말까한 흙먼지 틈에서 그토록 사랑스런 꽃을 피워 내다니….
하늘이 하시는 일을 겸허히 받지 못하고 불평하는 내 모습이 새삼 부끄러워졌다. 비가 오지 않을 때는 가뭄 때문에, 폭우가 내릴 때는 홍수 때문에 감사를 잃어버리니‘사람처럼 간사한 동물은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 내 영혼을 죄악으로 초토화 시키려는 영혼의 병충해는 살피지도 못한 채 지나쳐 버리는 영적 나태함이 문득 깨달아져 머리칼이 쭈뼛이 서는 느낌이 들었다.
글을 쓰는 중에도 창밖에서는 작은 새들이 재잘대며 나뭇가지와 벌레를 물고 처마 밑을 들락거리는 모습이 보인다. 아마도 우리 집 지붕 밑에 새끼를 친 모양이다. 날씨여하에 상관없이 부지런히 자신의 삶을 성실하게 살아내는 이름 모를 들꽃과 새들에게 부끄러워지는 주말아침이다. 8월의 첫날이다. 새로운 이 한 달도 창조주의 섭리에 순응하는 저 자연만물처럼, 우리 역시 한 올 한 올 수를 놓는 장인의 성실함으로 나날의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람하며 기도를 드린다! 닛시, 코람 데오!
박강월 <수필가·주부편지 발행인>
[힐링노트-박강월] 영혼의 병충해
입력 2015-08-01 0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