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막구균성 뇌수막염 주의보… 백신접종 서둘러야

입력 2015-08-03 02:17 수정 2015-08-03 18:43
어린이집을 다니는 3살 정모군(서울 행당동)이 동네 소아과에서 수막구균 뇌수막염 백신을 접종 받고 있다.
최근 한국수막구균성뇌수막염센터는 부산의 3세 남아 사망자를 포함해 올해 6월에만 5명의 수막구균성 뇌수막염 환자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질병관리본부의 감염병 감시 웹통계 자료에 따르면, 2015년 6월 기준 총 8명이 수막구균에 감염됐으며 전년 동기 대비 4배 급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에서 유행 가능성이 낮았던 메르스의 갑작스런 발병으로 홍역을 치른 후 감염병의 경각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2011년 이후 첫 사망자가 발생하고 환자수가 증가하고 있는 수막구균성 뇌수막염 질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수막구균성 뇌수막염은 간헐적으로 유행할 가능성이 있어 발생 여부를 감시하고 방역대책 수립이 필요한 제3군 법정 감염병으로 분류돼 있다.

수막구균성 뇌수막염은 ‘어떤 감염병보다 빨리 사망에 이르게 하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으며, 첫 증상이 나타난 후 하루 이틀 만에 사망할 수 있다. 초기증상이 고열과 두통 등 감기와 유사한 증상을 보여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기 쉽지 않고, 증상이 악화되어 응급실로 뒤늦게 입원하는 경우가 흔하다. 적절한 치료를 한다 해도 사망률이 10∼14%에 이르며, 생존자 5명 중 1명에게는 피부손상, 청력상실, 사지 절단, 뇌손상, 마비 등의 심각한 후유증이 남을 수 있다.

김황민 연세대학교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세균성 뇌수막염의 치료는 시간과의 싸움”이라며, “질환이 이미 많이 진행되어 병원에 도착하는 경우가 많아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수막구균 보균자는 전체 인구의 10명중 1명꼴 예측되며, 주로 컵이나 식기를 나눠 쓰는 등 일상적인 접촉이나 건강한 보균자나 감염자의 기침, 재채기를 통해 나오는 침, 콧물과 같은 호흡기 분비물에 의해 쉽게 전염된다. 따라서 집단생활이 잦은 경우 수막구균의 노출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는 수막구균성 질환 발생률을 정확히 파악하기 힘든데 그 이유는 진단이 어렵고 진행 전 항생제가 투여되는 경우가 많아 그 보고 건수가 적다. 하지만 2000년부터 2015년까지 12명의 사망자가 보고 되었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질병분류별 급여현황 통계자료를 보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연간 70∼80명의 수막구균 감염환자의 치료를 위해 급여청구가 이뤄졌으며 5년간 총 371명으로 결코 적지 않은 수다. 수막구균성 뇌수막염은 특히 소아와 청소년에서 많이 발생되며, 그 비율이 전체 환자의 약 70%에 달한다. 실제로 올해 발생한 8명의 수막구균성 뇌수막염 환자 중 만 19세 미만의 영유아 및 청소년 환자 수가 5명으로 나타났다.

수막구균 뇌수막염은 타액이나 일상적인 접촉으로 전염되는 만큼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기숙사, 군대 등과 같은 단체 생활을 앞두고 있다면 더욱 유의해야 한다. 미국 16개 주에서는 대학 신입생 및 기숙사 입주 학생을 대상으로 수막구균 뇌수막염 백신을 필수 접종으로 요구하고 있으며, 영국 역시 모든 대학 신입생을 대상으로 수막구균 백신 접종을 권고하고 있다. 또한 중국에서도 영유아를 대상으로 국가 필수 접종으로 지정되어 있다. 국내에서는 2011년 논산훈련소에서 수막구균성 뇌수막염으로 인한 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이를 계기로 2012년부터 군인들의 수막구균 백신 접종이 의무화 됐다.

김황민 교수는 “세균성 뇌수막염 발병 시 사망의 위험과 치명적인 후유증을 피하기 어려운 만큼 예방이 중요하다”며 “수막구균 뇌수막염 백신은 고위험군에게 접종을 우선적으로 권장하고 그 외 수막구균 질환의 위험이 높은 단체 생활자나 해외 체류자의 경우 접종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뇌수막염 백신으로 익히 알려진 Hib 백신은 헤모필루스인플루엔자(Hib)에 의한 뇌수막염만을 예방한다. 세균성 뇌수막염의 주요 원인균은 Hib외에도 폐렴구균, 수막구균이 있으며, 각각에 맞는 예방 백신을 모두 접종 받아야 세균성 뇌수막염을 예방할 수 있다.

지역별로 유행하는 수막구균 혈청형은 다르지만, 서구권에서는 혈청형B, 아시아에서는 혈청형A로 인한 질환 발생비율이 높은 편이다. 이웃국가 중국에서는 혈청형A, C를 예방하는 백신이 필수접종 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아시아에서 많이 발생하는 혈청형A를 포함한 주요 4가지 수막구균(A, C, Y, W-135)을 예방하는 백신이 허가돼 접종 가능하다. 현재 국내에 출시된 수막구균 뇌수막염 백신에는 메낙트라와 멘비오가 있다. 두 백신 모두 만 2세부터 55세까지는 1회 접종하며, 만2세 미만의 경우 제품에 따라 2회 또는 4회로 접종 횟수가 상이하다. 메낙트라의 경우 만 2세 미만에서 국내 유일하게 혈청형 A에 대한 효능과 효과를 허가 받은 수막구균 4가 백신이다.

이영수 기자 juny@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