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플로리다주에 사는 주부 캐시(45)의 집에 한 여론조사원이 찾아왔다. ‘번영을 위한 미국인들(AFP)’이란 보수단체 유니폼을 입고 있는 그는 캐시에게 아이패드를 건네며 “잠시만 조사에 응해주실 수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1분30초 뒤 “감사합니다”라고 남성이 돌아서자마자 ‘중도적 성향’ ‘오바마케어(ACA)에 대해서는 다소 혼재된 입장’ 등 캐시에 대한 정보는 알링턴의 분석가들에게 전송됐다.
미국 보수진영이 달라지고 있다. AFP를 비롯해 ‘미국을 걱정하는 퇴역군인단체’ ‘프리덤 파트너스’ 등 보수 성향 시민단체 직원들이 유권자들을 파악하기 위해 첨단장비로 무장한 채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이면에는 보수진영의 ‘큰손’인 억만장자 석유재벌 찰스·데이비드 코흐 형제가 있다. 코흐 형제는 2016년 대선 준비기간 동안 8억8900만 달러(약 1조361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들의 지원을 받는 ‘코흐 네트워크’가 지난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비결로 꼽힌 ‘풀뿌리’ 전략을 그대로 구사하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12년 오바마 대통령은 상세한 유권자 정보가 담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소셜미디어를 적극 활용해 밋 롬니 공화당 후보를 누르고 재선에 성공했다.
이들이 동원한 인력만 1000명이 넘는다. AFP만 이미 미국 내 35개주에서 활동하고 있다. WP는 비밀 기부를 통한 막대한 재정으로 운영되는 이들 단체가 이미 공화당의 전미공화위원회(RNC)에 필적하는 유사 정당 수준이라고 소개했다. 또 이들이 수집한 데이터는 대선 이후에도 보수 집권 기반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보수판 풀뿌리? 美대선 ‘코흐 네트워크’ 가동
입력 2015-07-31 02: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