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30일 선거운동 기간 언론사 홈페이지 등에 후보자나 정당 관련 글을 올릴 때 실명 확인을 하도록 한 공직선거법상 인터넷 실명제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재판관들의 의견은 합헌 5명, 위헌 4명이었다. 공직선거법 제82조 6항은 인터넷 언론사가 선거운동 기간 중 홈페이지 게시판 등에 정당 및 후보자에 대한 지지·반대 글이나 영상 등이 올라올 때 이용자의 실명을 확인토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10월 28일 실시되는 재·보궐 선거 기간에도 후보자나 정당 관련 글을 쓸 경우 본인 확인을 거치도록 하는 인터넷 실명제가 계속 적용된다.
재판관들의 의견이 5대 4로 팽팽히 갈린 것으로 봐 상당한 논리 다툼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인터넷 실명제는 수많은 인터넷 이용자들의 표현의 자유와 연관된 민감한 사항이다. 익명성을 악용한 명예훼손이나 사이버 범죄 등이 발생해 지난 2002년부터 시행됐던 인터넷 실명제는 2012년에 헌재 재판관 전원일치의 위헌 결정을 받았다.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뿐 아니라 공익의 효과도 적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헌재의 결정으로 공직선거법에서의 인터넷 실명제는 계속 유효하게 됐다. 합헌 이유는 선거운동 기간 중 인터넷 언론사 게시판 등을 통해 흑색선전이나 허위사실 등이 유포될 경우 광범위하고 신속한 정보 왜곡이 일어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선거 공정성을 담보해야 할 장치의 필요성을 인정한 것이다.
그동안 일부 국회의원이 공직선거법상 실명확인제가 언론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로 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국회 안전행정위원회나 중앙선관위도 위헌 결정의 취지를 반영하려면 실명확인 조항을 폐기하는 쪽으로 선거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었다. 위헌 의견을 낸 재판관들도 선거운동 기간에 국민의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할 필요가 있고, 익명의 표현을 불가능하게 하는 것이 오히려 선거 공정성이라는 입법 목적에 장애가 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재가 합헌 결정을 내린 것은 특정 기간 특정 사안(선거)에 국한된 것이긴 하지만 흑색선전이나 허위사실 유포가 공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인터넷의 현실을 감안한 것이다. 앞서 국회 안전행정위는 공직선거법상 실명확인 의무 폐지에 긍정적 검토 입장을 내보이면서도 ‘위법 게시물에 대한 단속 강화, 비방·흑색선전에 대한 엄정한 처벌 등 선거의 공정성 확보를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단서를 달았다.
인터넷상에서 선거의 공정성을 현저히 해치는 악플이나 흑색선전에 대해서는 게시자나 관리 의무가 있는 포털 사이트 등에 보다 엄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는 민주주의 질서를 파괴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사설] 선거운동 기간 익명의 흑색선전 뿌리 뽑아야
입력 2015-07-31 00: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