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형제의 난이 진실게임 양상으로 진행되면서 베일에 싸인 롯데가(家) 지분구조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각각 “과반 이상의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을 확보했다”고 주장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일본 롯데홀딩스는 한·일 양국에 걸친 롯데그룹 전체 경영권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중요한 기업이다. 그러나 비상장사라 한국은 물론 일본에도 정확한 지분구조가 알려지지 않고 있다. 그동안 롯데그룹 관계자나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알려진 롯데홀딩스 지분구조는 신격호 총괄회장이 28%, 광윤사가 27.65%, 신 전 부회장과 신 회장이 각각 20% 안팎을 가진 것으로 추정됐다. 롯데그룹은 이 같은 추정을 근거로 “신 회장이 이미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의 과반을 확보했다”고 밝히고 있다. 신 회장이 자신의 지분(약 20%) 외에도 우리사주 지분 12%, 광윤사 지분 27.65%를 대표하는 이사들을 우호세력으로 확보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신 전 부회장의 반박으로 이 주장은 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신 전 부회장은 30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롯데홀딩스 지분과 관련, 신 총괄회장이 대표로 있는 자산관리회사(광윤사)가 33%, 자신이 2% 미만을 가지고 있으며, 32%가 넘는 종업원 주식지분을 합하면 롯데홀딩스 지분의 3분의 2 이상을 확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 전 부회장은 이어 롯데홀딩스나 광윤사에서 신 회장의 우호지분이 자신보다 적다고 덧붙였다.
롯데홀딩스의 우호지분 확보 여부를 두고 양측 주장이 서로 엇갈린 것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지금껏 알려진 바와 달리 신 회장이 경영권 다툼에서 확실한 승기를 잡은 것이 아니라는 해석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신 총괄회장의 아슬아슬한 주식배분 방식이 형제 간 경영권 다툼을 불렀다는 지적도 많다. 신 총괄회장은 당초 ‘일본은 신 전 부회장, 한국은 신 회장’이라는 원칙 아래 각각 회사 운영을 맡겨 왔다. 그런데 정작 두 아들에게 엇비슷한 지분을 배분했다. 한국롯데의 주요 계열사인 롯데쇼핑의 경우 신 전 부회장(13.45%)과 신 회장(13.46%)의 지분 차이가 0.01% 포인트에 불과하다. 두 형제가 보유 중인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도 엇비슷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형제 간 지분을 둘러싼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상존했던 것이다.
신 총괄회장은 형제의 지분이 비슷한 상태에서 자신의 지분을 통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며 그룹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한국에서는 신 회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제2롯데월드 건설을 밀어붙여 성사시켰다. 일본에서도 지난해 말 말 한마디로 신 전 부회장을 그룹 경영에서 완전히 배제시켰다.
이후 신 회장은 신 전 부회장이 이끌던 일본롯데까지 장악하며 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종식된 듯 보였다. 그러나 신 총괄회장의 ‘건강이상설’이라는 돌발변수가 발생하면서 상황이 꼬이기 시작했다. 신 총괄회장이 최근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들을 해임한 과정과 이유가 석연치 않다면서 신 총괄회장의 인지기능에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된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신 총괄회장의 인지기능 이상으로 그동안 해오던 중재 기능이 마비되면 롯데가 형제 간 지분 다툼을 통한 경영권 분쟁이 더욱 격화될 가능성이 크고, 결과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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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왕자의 난] 형제가 서로 “日 홀딩스 지분 과반 확보”
입력 2015-07-31 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