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타결된 이란 핵 협정에 대한 미 의회 승인 여부가 미국 정치권의 초미의 관심사가 된 가운데 정치적 성향이 다른 두 친(親)이스라엘 압력단체가 치열한 찬반 로비전을 펼쳐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 언론에 따르면 미국·이스라엘공공정책위원회(AIPAC) 소속 수백명의 활동가들은 28∼29일(현지시간) 미 의사당을 방문, 의원들을 만나 이란 핵 협정에 반대표를 던질 것을 호소했다. 이들의 의회 방문은 존 케리 국무장관,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 등의 하원 외교위, 상원 군사위 청문회 출석에 맞춘 것이다.
AIPAC은 회원이 10만명에 이르는 미국 내 최대 친이스라엘 로비단체다. 매년 봄 워싱턴DC에서 열리는 연례 총회에는 미 행정부 고위 관리들은 물론 미 의회 지도부, 상·하원 의원 대부분이 참석한다. 의회에 대한 AIPAC의 막강한 영향력은 널리 알려져 있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가 ‘미 의회 로비의 왕’이라고 부를 정도다.
보수적 성향의 AIPAC는 이란 핵 협정이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고,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길을 열어줬다며 의회를 상대로 강력한 반대 로비를 하고 있다. 이란 핵 협정 부결을 주장하는 TV 광고를 40개주에서 방송하기 위해 3000만 달러를 모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대조적으로 핵 협정 찬성 로비를 펴는 친이스라엘 단체는 ‘J 스트리트’이다. ‘유대인’을 뜻하는 영문 ‘Jew’의 머리글자 J를 땄다. 2008년 설립된 신생 단체로 AIPAC가 골리앗이라면 다윗에 비견될 만하다. J 스트리트는 팔레스타인·이스라엘 간 평화협정 체결을 지지하는 등 진보적 성향을 보여 왔다. J 스트리트도 AIPAC 모금액에는 턱없이 모자라지만 250만 달러를 모금해 이란 핵 협정 찬성 광고를 내고 민주당 의원들의 지역구 풀뿌리 모임 등을 통해 협정 지지 여론을 조성하고 있다.
공화당 의원 대부분은 AIPAC의 주장에 동조하고 있다. 따라서 두 단체의 각축은 민주당 의원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J 스트리트는 자신들이 진보 성향이 강한 미국 유대인 다수의 견해를 반영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2013년 퓨리서치센터 여론 조사에 따르면 유대인 3명 중 2명이 자신을 민주당원이거나 친민주당으로 여긴다.
J 스트리트의 수석로비스트 딜런 윌리엄스는 “AIPAC는 네오콘(미국 공화당을 중심으로 한 신보수주의자)과 손잡은 유대인 일부 노년층 엘리트일 뿐”이라면서 “현 추세라면 협정안이 의회에서 통과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의회 전문지 힐에 따르면 의회 표결을 앞두고 다음 달 40여명의 공화·민주 의원들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만나기 위해 이스라엘을 방문한다. 이에 드는 비용은 AIPAC가 부담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 협정을 무효화하는 어떤 의회 결의안에도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따라서 미 공화당 등 협정 반대파가 오바마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력화하려면 전체 의원 3분의 2 이상의 표를 확보해야 한다.
배병우 선임기자 bwbae@kmib.co.kr
유대계 로비단체들, 워싱턴서 다윗과 골리앗 싸움
입력 2015-07-31 02:31 수정 2015-07-31 19: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