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말이 없었다. “얼마나 힘들었느냐”며 우는 엄마를 다독일 뿐이었다. 키가 훌쩍 자란 아들 김모(36)씨의 볼을 어루만지며 어머니 A씨(56)는 “모든 게 내 잘못”이라고 했다. 김씨의 눈에서도 하염없는 눈물이 쏟아졌다. 지난 28일 오후 서울 강서경찰서 형사당직실. 33년 만에 다시 만난 모자는 서로 부둥켜안고 떨어질 줄 몰랐다. 이들에겐 무슨 사연이 있었던 걸까.
시작은 ‘이혼’이었다. 김씨가 세 살 되던 해 A씨는 남편과 헤어졌다. 양육권을 얻은 김씨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관심이 없었다. 김씨는 할머니, 고모와 함께 살며 눈칫밥을 먹는 일상이 이어졌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잠시 외출했다가 길을 잃은 김씨는 보육원을 전전하게 됐다. 사춘기가 왔고 중학교 2학년 때 보육원에서도 나왔다. 생계가 막막해 물건을 훔치다 경찰에 잡혔다. 1년6개월간 소년원에서 복역했다.
출소 후에는 공장일과 음식배달 등 닥치는 대로 일하며 고시원에서 생활했다. 그러나 공장이 망하고 일하던 중국집도 문을 닫았다. 시간이 흘러 30대가 됐고 살길이 막막했다. 생계를 위해 빌린 300만원의 이자도 김씨를 압박했다. 결국 범죄 유혹에 빠진 그는 지난달 15일부터 서울 강서·양천구 일대에서 밤에 문이 잠겨 있지 않은 집을 골라 침입하는 수법으로 모두 6차례 232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쳤다가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김씨는 아무도 들어주지 않던 자신의 이야기를 조심스레 털어놓으며 “가족이 있었다면 이런 처지까지 오지는 않았을 텐데 너무 후회스럽다. 기억하지도 못하지만 어머니의 얼굴을 보고 싶다”고 했다.
김씨의 딱한 사연을 들은 강서경찰서 측은 그의 제적등본을 토대로 A씨가 지방에 홀로 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 연락했다. 아들 소식을 들은 A씨는 한걸음에 서울로 달려왔다. A씨는 “떳떳하게 돈이라도 많았으면 아들을 찾기라도 했을 텐데 그러지 못해 후회스럽다”며 “이제 아들과 함께 새롭게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33년 만에 엄마 만난 절도범, 뜨거운 ‘아들의 눈물’
입력 2015-07-31 0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