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적자와 수익 악화를 겪고 있는 조선업과 철강업계에 구조조정 한파가 몰아닥치고 있다. 당장은 자산 매각, 부실 부문 정리 등 조직 구조조정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불황의 골이 계속 깊어지면 인적 구조조정도 배제하기 힘들 전망이다.
수조원대 적자를 기록한 조선 업체들은 지난해부터 인원 감축을 포함한 구조조정을 실시했거나 고강도 구조조정 입장을 밝혔다. 2분기 3조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대우조선해양은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경영 실사가 끝나는 대로 본격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갈 방침이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최근 비업무성 자산 매각, 인력 재배치, 순환보직 등 구조조정을 예고한 바 있다. 인위적인 인력 구조조정은 최대한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상황이 좋지 않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말부터 전체 사무직 직원의 15% 수준인 1500여명을 명예퇴직시켰다. 플랜트 사업을 해양 사업에 합치고, 애프터서비스 조직을 통합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으며 자금난을 해소하기 위해 보유 주식들을 내다 팔았다. 2분기 1조5000억원 적자를 기록한 삼성중공업 역시 임원 감축, 비효율 자산 매각 등 구조조정 입장을 밝혔다.
통계로 잡히지 않지만 조선 관련 협력업체들의 위기감도 큰 상황이다. 대형 조선 업체 협력사들의 상황은 더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빅3 조선사 생산 현장에는 정규직보다 협력업체 직원이 더 많은 편이다. 조선 업체 관계자는 30일 “대형 조선 업체들이 중병이 들었다면 협력업체나 하청업체는 말할 필요도 없다”며 “경쟁력이 떨어지는 협력업체들의 공포감이 상당하다”고 전했다. 빅3를 제외한 중소형 조선 업체들의 경우 이미 상당수 인원이 회사를 떠나는 등 감원 칼바람이 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업계의 구조조정도 강도가 세다. 포스코는 지난 15일 발표한 쇄신안을 통해 2017년까지 국내 계열사 절반과 해외 사업 30%를 줄이는 고강도 구조조정 계획과 함께 임원 43명을 징계 및 경질했다. 포스코는 29일에는 본사 및 제철소의 88개 조직을 폐지하는 등 조직 축소와 관련 인력을 재배치하는 조직 슬림화를 단행했다. 특히 계열사 정리가 본격화되는 올 하반기에는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파장이 본격화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인적 구조조정은) 제일 힘든 문제”라며 “파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국제강은 1일부터 수익성 개선을 위해 포항 후판공장 가동을 중단키로 결정했으며, 공장 매각 등도 검토하고 있다. 동국제강은 앞서 포스코, 운진홀딩스 등 상장 주식을 전량 처분했고, 지난 4월에는 삼성생명에 본사 사옥인 페럼타워도 매각했다.
상황이 열악한 중소형 철강 업체들은 인력 구조조정을 포함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 작업들이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금융감독원이 대기업 572개 업체를 대상으로 신용위험 평가를 실시한 결과 35개사가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됐다. 전자, 철강 업종들의 기업들이 다수 포함됐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천문학적 적자를 기록한 상황에서 인력 감축 없이 넘어가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
삼복더위마저 얼리는 제조업 구조조정 칼바람
입력 2015-07-31 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