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의 건축 사업을 다수 수주한 H건축사사무소가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자본잠식에도 불구하고 농협은행으로부터 1400억원대 대출을 받은 리솜리조트그룹이 강제수사를 받은 다음 날의 일이다. 검찰이 농협중앙회 비리를 조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임관혁)는 30일 서울 송파구 H건축사사무소 등 3곳에 수사관 30여명을 보내 재무·회계자료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압수했다. 검찰은 H건축사사무소가 거래 과정에서 공사비 등 대금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회삿돈을 빼돌린 단서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H건축사사무소는 하나로마트 등 농협중앙회가 관할하는 유통시설·매장의 건축과 리모델링 사업을 여러 건 수주했다. 이 건축사사무소는 공사감리 등에서 농협중앙회와 수의계약 용역도 여러 건 맺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리솜리조트그룹에 이어 농협과 연관된 건축사사무소까지 특수1부의 수사 대상이 되자 검찰이 농협중앙회의 비리 전반을 수사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개별 비리 의혹들은 결국 최원병(69) 농협중앙회장을 통해 접점을 이룬다는 관측도 많다. 최 회장은 리솜리조트에 대한 추가 대출을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H건축사사무소에서는 최 회장의 친인척이 고문을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모교인 포항 동지상고 출신이다.
검찰은 압수물 분석에 주력하는 한편 리솜리조트그룹과 H건축사사무소 관계자들을 불러 빼돌린 회삿돈의 정확한 액수·용처 등을 확인할 방침이다. 대출 및 사업수주와 관련한 부정 거래가 있었는지도 수사 범위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농협중앙회 비리 정조준?… 리솜리조트 이어 건축사무소 등 3곳 압수수색
입력 2015-07-31 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