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이 다시 강온 양면전략을 시작했다. 한 손에는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카드’를 든 채 다른 손에는 ‘조건부 대화’ 카드를 내밀고 있어서다. 북한의 의도는 자신들의 외교적 입지에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총공세로 여겨진다. 이란 핵 협상 타결 이후 강도가 높아진 국제사회의 비핵화 압박을 ‘이미 핵보유국’이란 궤변으로 피하면서 한·미를 향해선 군사도발 위협과 ‘빅딜’(체제 보장과 핵무기 포기 맞교환) 가능성을 동시에 흘리는 특유의 벼랑 끝 전술이라는 해석이다.
북한은 미·중·러·유엔 주재 외교관들을 총동원해 대대적인 ‘핵개발 지속’ 선전전을 펴고 있다. 서세평 제네바 주재 북한대표부 대사는 29일(현지시간)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위성 기술을 향상시키는 것은 주권국가의 권리”라며 전날 장일훈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의 ‘10월 10일(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일)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가능성을 이어갔다.
북한은 지난 21일 외무성 대변인 성명을 통해 “우리는 이란과 달리 핵보유국”이라고 발표했으며, 28일 지재룡 중국 주재 북한대사, 29일 김형준 러시아 주재 북한대사 등이 연이어 나서서 “일방적 핵 포기를 논의하는 협상엔 흥미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미국 국무부는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맞받아쳤고, 우리 정부도 “아직 북한 기술 수준으로는 핵무기를 보유했다고 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북한은 갑자기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문제 삼아 조건부 빅딜 가능성을 내비쳤다. 외무성 대변인은 북한 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을 통해 “미국이 (한·미) 합동 군사훈련 같은 적대행위를 그만두고 다른 길을 갈 결단을 내린다면 대화가 가능해지고 많은 문제가 풀릴 수 있다”고 했다.
다수의 북한 전문가들은 이런 북한의 대외 메시지가 핵무기를 실질적 군사위협 수단으로 확보하려는 의도를 숨기기 위한 포석일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아버지 김정일이 핵 개발을 대남·대미 ‘으름장 놓기용’으로 사용했다면 김정은은 ‘핵무기가 있어야 우리를 건드릴 수 없다’고 인식한다는 것이다. 그런 만큼 한반도 비핵화 실현 가능성이 점점 줄어든 만큼 한·미의 새로운 대북 협상 전략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우리 국방부와 미국 국방부는 북한의 군사훈련 중단 요구에 대해 “연례적이고 방어적인 한·미 연합훈련은 중단될 수 없으며 남북 교류와 북·미 대화의 전제조건이 될 수 없다”고 일축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이슈분석-한 손엔 로켓 한 손엔 협상 양면전술] 北, 또 두 얼굴
입력 2015-07-31 0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