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위기의 조선업, 뼈를 깎는 자구노력이 우선이다

입력 2015-07-31 00:37
국내 조선업이 휘청거리고 있다. 한때 주력 산업으로서 한국경제를 이끌었던 조선업이 지금은 위기의 진앙지가 되고 있다. 국내 조선 ‘빅3’인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은 올해 2분기 4조7000억원대의 적자를 기록했다. 규모는 대우조선 3조318억원, 삼성중공업 1조5481억원이었으며 작년 3조원가량의 손실을 이미 반영했던 현대중공업은 1710억원의 손해를 봤다.

글로벌 1, 2위를 다투던 조선업이 최악의 실적 충격에 빠진 가장 큰 이유는 역량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해양 플랜트 사업에 무리하게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일반 선박 발주 물량이 4∼5년 전부터 감소하면서 고부가가치 분야로 여겨졌던 이 부문에 과도하게 참여한 것이다. 과당경쟁 탓에 저가로 수주한 데다 설계, 설비기술 수준이 낮아 공정이 지연돼 피해가 쌓였다. 문제는 앞으로 추가 손실이 발생할 여지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빅3’의 해양 플랜트 사업 비중이 전체의 50%가 넘는다는 점에서 여간 심각한 것이 아니다.

상황이 이 지경까지 이른 데는 금융 당국과 채권은행의 책임 또한 크다. 특히 천문학적 손실을 낸 대우조선의 부실 누락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한 금융감독원과 산업은행, 수출입은행에 대해서는 엄정한 문책이 불가피하다. 대우조선을 부실이 예상되는 관리대상 계열로 스스로 지정해 놓고도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것은 어떤 명분으로도 용납되지 않는다. 대우조선 투자자들의 피해는 말할 것도 없고 자본금 확충 등 정상화를 위해서는 추후 조 단위의 국민 세금이 투입돼야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분통이 터진다.

현 시점에서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조선업계의 뼈를 깎는 자구노력이다. 자산 매각과 비용절감 등 모든 수단을 써야 한다. 이 과정에서 노사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긴밀하게 협조해야겠다. 비싼 수업료를 낸 해양 플랜트 사업의 손실을 만회할 방안에 대해서도 정밀하게 검토해봐야겠다. 해양 플랜트는 장기적으로 볼 때 포기할 수 없는 핵심 분야이니 만큼 기술력 보강 등 보완 대책 마련이 긴요하다. 정부와 업계는 조선업이 어려움을 딛고 다시 한번 우리 경제의 견인차가 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쏟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