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온의 소리-이창교] 케냐에서 만난 선한 사마리아인

입력 2015-07-31 00:17

우리 교회는 아프리카 케냐 북부 엘곤 지역의 2만3802㎡(7200평) 대지에 초등학교를 세웠다. 지난 5월 헌당식을 위해 교인들과 함께 현지를 방문했다. 힘들고 어려운 여정이었지만 보람 있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가난한 나라이지만 케냐에 희망이 있는 것은 어렵고 힘든 형편에도 부모들이 자녀 교육에 열의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엘곤 지역은 수도 나이로비에서 자동차로 10시간가량 떨어진 곳이다.

초등학교에 가기 위해 아이들이 한두 시간 걷는 것은 기본이며 산을 넘어야 했다. 지난해 그 지역에 교회를 헌당하러 갔다가 그 모습을 보고 마음에 울림이 있었다. 기도 끝에 하나님께서는 학교 건립의 비전을 주셨다. 이번에 헌당식을 하며 느낀 감동은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다.

모든 일정이 끝날 때쯤 필자의 아내가 발목에 골절상을 입는 사고가 일어났다. 사고가 난 지점에서 가장 가까운 병원은 비포장도로를 차로 2시간 달려야 하는 거리에 있었다. 그 시간 동안 아내는 고통을 참아야 했다. 당사자는 물론 보는 이에게도 힘든 시간이었다. 그렇게 도착한 병원 수준은 한국 보건소에도 미치지 못했다. 정형외과 의사는 출장을 간 상태였다. 간신히 응급처치와 깁스는 할 수 있었지만 그 이상의 치료를 기대할 수 없었다.

그때 응급실 문을 열고 개구쟁이처럼 생긴 한 흑인이 들어왔다. 본인이 이 병원의 내과의사라면서 몇 년 전에 우리나라의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서 두 달 동안 연수를 받은 적이 있다고 소개했다. 그리고 이 병원에서는 치료가 불가능하니 나이로비로 가야 한다고 했다. 나이로비에서 정형외과 수술을 가장 잘하는 병원을 알려주고 그 병원에 전화해서 입원수속과 수술할 의사까지 연결해주는 등 수술일정까지 잡아주었다.

특히 자신의 차로 운전을 해서 우리를 나이로비까지 데려다주었다. 6시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칠흑 같은 어두움을 뚫고 운전을 하며 우리를 돌봐준 것이다. 차 안에서도 영어설교와 찬송가가 들어있는 CD를 계속 틀어줘서 마음에 큰 평안을 얻을 수 있었다. 그와 헤어질 때 너무도 고마운 마음에 답례를 하려고 했지만 그는 극구 사양했다. 자신이 한 일은 그리스도인으로서 마땅한 일이라고 했다.

필자는 목사로서 설교를 할 때 누가복음에 나오는 선한 사마리아 사람의 비유를 수없이 들었다. 그런데 이번 케냐 길에 성경 속의 선한 사마리아 사람을 직접 만나는 경험을 하게 된 것이다. 이 경험을 통해 엘곤 지역에 학교를 세운 섬김이 케냐 의사가 우리에게 베푼 그 사랑과 섬김만큼 순수했는지 돌아보았다. 헌당식에서 케냐 어린이들은 한국말로 준비한 복음성가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을 불러주었다. 헌당식 후에는 맛있는 식사대접도 받았다. 우리는 보상을 받은 것이다. 그러나 그 흑인 의사는 어떤 보상도 거부했다. 대가를 바리지 않는 순수한 사랑과 섬김만이 진정한 감동을 줄 수 있고 사람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번 여름에도 수많은 교회 성도들이 선교를 떠날 것이다. 하나님께서 바라는 선교는 어떤 것일까. 요란하고 떠들썩한 것이 아닐 것이다. 선한 사마리아 사람처럼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대가를 바라지 않는 사랑과 섬김을 원하신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창교 목사(창원 상남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