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최고지도자 오마르 2∼3년 前 사망”

입력 2015-07-30 03:18
영국 BBC 방송이 1996년 비밀리에 찍은 탈레반 최고지도자 물라 무함마드 오마르(가운데)의 모습. 아프가니스탄 정부 관계자는 1994년 이슬람 무장반군단체 탈레반을 결성한 오마르가 2∼3년 전 숨졌다고 29일(현지시간) 전했다. BBC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최고 지도자 물라 무함마드 오마르가 숨졌다고 영국 BBC방송 등 외신들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가 사실이면 2011년 5월 미군에 의해 사살된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과 함께 1990∼2000년대를 뒤흔든 양대 이슬람 무장 테러단체 지도자가 모두 사망한 것이 된다.

BBC는 아프간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오마르가 2∼3년 전 숨졌다고 전했다. dpa도 아프간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오마르가 2년 전 파키스탄에서 병으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신화통신은 아프간 관리를 인용해 오마르가 사망했다고 보도하면서도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대변인이 ‘사망설은 근거 없다’고 부인하며 오마르가 살아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오마르 사망설은 과거에도 몇 차례 나왔지만 아프간 정부 관계자가 그의 사망 사실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탈레반은 최근까지도 그의 명의로 성명을 발표하는 등 그가 살아있는 것처럼 주장해 왔다.

최근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의 탈레반 지부가 생기면서 아프간에서 탈레반의 세력은 위축됐다. 탈레반은 파키스탄 정부 주선으로 아프간 정부와 평화협상을 시작한 상태다.

아프간은 1973년 군사 쿠데타로 226년간의 왕정이 폐지되고 공화정이 됐으나 78년 소련의 지원으로 좌경 쿠데타가 발생해 사회주의 정권이 들어섰다. 하지만 1년도 안 돼 반소련 쿠데타가 일어나자 79년 소련군이 직접 침공해 친소정권이 다시 들어섰다. 이후 소련에 대항하는 반군과 정부군의 내전이 벌어졌고, 소련군 철수 후에도 내전이 지속됐다.

그러다 오마르가 94년 결성한 탈레반(학생이라는 의미)이 96년 수도 카불을 손에 넣었다. 정권 장악에 성공한 그는 ‘아프간 이슬람에미리트(IEA)’를 건국해 2001년까지 통치했다. 카불로 진격하기 전 그가 칸다하르의 가장 높은 건물에 올라가 예언자 무함마드가 입었다고 전해진 외투를 걸침으로써 자신이 ‘이슬람의 적통’임을 과시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칸다하르의 성소인 크라카샤리프 사원에 보관됐던 이 외투를 입는 사람은 칼리파(이슬람 제국 최고 지도자)가 된다는 전설이 있다.

2001년 9·11테러 이후 탈레반이 빈 라덴을 숨겨두고 있다는 이유로 미국과 영국은 같은 해 10월 침공했다. 탈레반 정권은 결국 11월에 패퇴해 아프간 산간지대와 파키스탄 등으로 숨어들었다. 미국은 그에 대해 1000만 달러(약 116억원)의 현상금을 내걸기도 했다.

60년 아프간 칸다하르주에서 태어난 오마르는 소련 침공 시 무장 게릴라 활동을 벌였고 94년부터 이슬람 원리주의 무장 투쟁인 탈레반 운동을 주도해 왔다. 그 과정에서 파편을 맞아 오른쪽 눈을 다치기도 했다. 그는 지독한 이슬람 원리주의자로도 유명했다. IEA 초기엔 이슬람교를 창시한 예언자 무함마드가 풀뿌리로 양치했다면서 치약 사용도 금지했다. 탈레반은 올 초 발행한 책에서 “오마르는 자기 소유의 집도 없고, 외국 은행에 숨겨둔 돈도 없는 지도자이며 유머 감각도 풍부하다”고 소개한 바 있다.

손병호 기자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