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29일부터 이틀 일정으로 중국 방문에 나섰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초청의 국빈 방문이다. 중국 신장 지역의 위구르족 문제로 양국이 외교적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전날 출국 기자회견에서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 관계를 강화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고 신화통신이 전했다. 그의 이번 방중에는 경제·외교 부처 장관들과 100여명의 경제인 및 언론인들이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단 경제 쪽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양국 교역 규모는 지난해 230억 달러(약 26조6700억원)로 10년 전 6억5000만 달러(약 7500억원)에 비해 35배 이상 늘었다. 하지만 지난해 양국 교역 규모의 84%는 중국의 수출액으로 터키 전체 무역적자 가운데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분의 1이나 된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번 방중 기간 투자 유치와 무역적자 축소를 위한 활동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터키는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길목으로 중국이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과 해상 실크로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관건은 양국의 외교적 갈등을 어떻게 해결하느냐다. 이달 초 터키 이스탄불에서는 한국인 관광객들이 현지 극우단체에 포위됐다가 풀려나는 일이 있었다. 한국인을 중국인으로 잘못 알고 벌어진 일이다.
터키에서 벌어진 반(反)중국 시위는 신장자치구 당국이 공산당원, 공무원, 교사 등에 대해 이슬람권 단식 성월인 라마단 활동 참가를 금지하면서 비롯됐다. 터키로 망명하기 위해 태국에 불법 입국한 위구르인 109명이 중국으로 돌려보내지는 일도 있었다. 터키는 터키어를 사용하는 민족들의 ‘수호자’를 자처하고 있다. 터키어를 사용하는 신장위구르인들에 대한 종교적 탄압은 바로 터키의 일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터키의 반중 정서와 중국과의 경제협력 사이에 딜레마를 안고 있다. 그동안 에르도안 대통령은 특유의 ‘실용주의’로 문제를 풀어 왔다. 그는 총리 시절인 2009년 중국이 위구르인에 대해 ‘인종청소’를 하고 있다고 비난했지만 오히려 이후 양국의 경제 협력은 강화됐다. 2010년 양국은 전략적 협력 관계를 선언하고 무역 규모를 2015년까지 500억 달러, 2020년 1000억 달러까지 늘리기로 합의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그동안 중국 지도자들에게 터키는 어떠한 ‘분리독립의 야심’을 지원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해 왔다.
하지만 양국 관계가 더 높은 수준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정치적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경제협력” 한목소리 中·터키, 위구르 갈등 해법 찾나
입력 2015-07-30 0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