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이수용(사진) 외무상이 다음달 초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리는 ARF(아세안지역안보포럼)에 참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북핵을 포함한 여러 현안을 두고 남북 외교장관이 접촉할지 주목된다.
말레이시아 외교부는 28일 북한이 ARF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할 것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 외무상은 국장급 인사 등과 함께 회의에 참석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ARF를 계기로 북한과 대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해온 우리 정부는 다각도로 북측과의 접촉을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도 이 회의에 참석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ARF를 통한 남북 외교장관 간 공식 회담은 2008년 이전 4차례 이뤄졌으며 2008, 2011년에는 잠시 접촉하는 수준에서 만남이 성사됐었다. 윤 장관과 이 외무상은 지난해 네피도 회의에도 참석했지만 만찬장에서 잠깐 조우하는 데 그쳤다.
다만 북한이 대화 전제조건으로 한·미 군사훈련 중단 등을 요구한 상태여서 접촉 성사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 외무상은 이란 핵협상 타결 이후 관심이 높아진 북핵 협상에 대해서도 전날 “일방적인 핵 포기 대화에는 관심 없다”고 밝힌 상태다. 북한은 역대 최악으로 치닫는 북·중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중국과 양자 접촉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지만 이번 ARF에선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 등을 둘러싼 미·중 갈등, 역사문제로 대립 중인 한·일 갈등, 국제사회의 압박이 심해진 북핵 협상 등 다양한 역내 이슈가 논의될 예정이어서 ‘깜짝’ 접촉이 이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5일 한·아세안 회의와 한·메콩 외교장관회의, 6일 ‘아세안+3(한·중·일)’ 외교장관회의, EAS(동아시아정상회의) 외교장관회의, ARF 외교장관회의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열리면서 각국의 이해관계에 따라 치열한 외교전이 벌어질 전망이다.
남북을 비롯해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북핵 6자회담 당사국 외교수장들이 모두 참석하는 만큼 북핵 협상에 진전이 있을지도 관심사다. 한·미·일은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다시 끌어내기 위한 공조 작업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또 오는 10월 10일 노동당 창건일 전후로 우려되는 북한의 무력 도발을 저지하는 데도 힘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우리 정부는 군 위안부 문제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아베 담화’ 문제를 진단하기 위해 일본과도 심도 있는 접촉을 할 전망이다. 한·일 정상회담 개최 여부도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남북 외교수장 내주 아세안지역안보포럼서 접촉하나
입력 2015-07-30 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