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80년대 학번·60년대생)세대’ 비판으로 여의도 정가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던 새정치민주연합 30대 청년 혁신위원이 이번에는 당 지도부의 노동개혁 반대 노선에 ‘다른 목소리’를 내고 나섰다. “노동개혁은 신기루에 불과하다”는 지도부의 입장에 “대안을 가지고 비판하느냐”고 물음표를 던진 것이다.
이동학(33) 혁신위원은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인영 선배님께 드리는 두 번째 편지-우리가 가야 할 곳은 미래’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글을 올렸다. 15일 전 86세대 선두주자인 이 의원에게 “기득권을 버리고 적진에 출마하라”는 편지를 썼던 이 위원은 이번에도 편지 형식을 빌려 기성 야당 의원 전체에 대한 신랄한 ‘정치관습’ 비판이자 자성을 담았다.
우선 그는 “뚜렷한 대안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국민의 눈에는 우리가 개혁을 막는 걸로 비춰진다”며 “반대정당 만년야당의 모습으로만 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여당의 노동개혁 드라이브에 대한) 수세적 대응으로는, 우리 당의 큰 그림이 없이는 저들 그림판의 크레용이 될 뿐”이라고 했다.
이 위원은 야당의 ‘성역’이라고도 할 수 있는 최저임금 인상 문제도 건드렸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오히려 일자리에서 쫓겨날 수밖에 없는 시간제 노동자들, 당장 호주머니에서 사라질 돈을 걱정하는 자영업자들을 위한 대책도 함께 내놔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한 것이다. 그러면서 “매달 누군가에게 월급을 지급해야 하는 입장에 서본 저로서는 최저임금 인상이란 구호가 공허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고도 했다.
아울러 “상위 10% 노동자의 임금이 (더) 많아지는 게 단지 기업주만의 탓이냐, 정부가 말하는 임금피크제는 노동자 상위층의 임금피크와도 연동시켜 논의해야 한다”고 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으로 대변되는 상위 10% 노동자들이 먼저 임금 삭감에 나서야 사회적 대타협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기업을 적대시하고 노동자·기업주를 피해자·가해자로 보는 이분법적 시각에서도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이 위원은 청년세대의 고통과 열망이 정치에 반영되지 못하는 현실도 꼬집었다. 그는 “당이 청년실업 대책을 청년들과 논의하지 않는 게 현 상황”이라며 “미래세대의 권익을 대변하지 않고 미래를 논할 수 없다”고 했다. 또 “노동시장에 진입조차 못한 청년들, 불안정한 청년들의 입장을 대변하지 못한다. 청년은 수혜의 대상이 아니라 이 나라의 생존전략”이라고도 했다. 이념과 노선을 강조하는 야당의 전형적인 ‘옛날 방식 정치’를 바꿔야 한다는 의미다.
당내에 공감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당 민생본부장인 정성호 의원은 “우리 당 의원들이 대화·타협을 통해 비록 작더라도 성과물을 얻어내려고 치열하게 싸웠는지 자문해보면 대답하기 힘들 것 같다. 부끄럽다”고 답했다. ‘88만원 세대’ 저자인 우석훈 민주정책연구원 부원장도 “젊은 당직자들이 공감하는 부분”이라고 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노동개혁, 대안 없이 대응한다면 우리가 개혁 막는 것으로 보일 것”
입력 2015-07-30 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