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잡히는 책] DMZ 전 구간 248km 민간인 첫 종주 기록

입력 2015-07-31 02:23

지난 60여 년간 한 번도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비무장지대는 참혹한 동족상잔의 상처가 고스란히 남아 있지만, 멸종위기 동식물들의 보금자리이기도 하다.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분단국가가 있는 한반도의 허리를 가로지르는 비무장지대 전 구간 248㎞를 녹색연합 전문위원인 저자가 민간인으로서는 처음 종주했다. 저자는 2006년 국방부와 환경부가 주도해 비무장지대 일원의 생태계를 조사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서부전선에서 중부전선을 거쳐 동해안까지 비무장지대의 희귀한 자연환경과 다양한 생물, 그리고 각각의 장소에 얽힌 역사적 에피소드와 군생활의 애환까지 그 세세한 민낯을 마주한 기록들이 가득하다.

한반도 비무장지대 철책선은 전 세계 국경 중 가장 삼엄하지만, 보기 힘든 대자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어 세계가 주목하는 곳이다. 비무장지대를 걸으며 조사하는 동안 남방 한계선 철책을 지키는 군인들이 구간마다 동행했지만, 북방 한계선은 갈 수 없었다. 그래서 저자는 이 책이 반쪽의 기록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렇지만 평지에서 바라본 북방한계선 안팎의 산림은 완전히 황폐화되어 있어서 충격을 받았었다. 군인들의 이야기, 그들에게서 들은 북한 인민군의 생활, 유일한 민간인 거주 지역인 대성동 이야기 등을 통해 전쟁이 남긴 상흔도 생생하게 전달한다.

임항 논설위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