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막가는 日… 민간단체, 유엔서 ‘위안부 강제연행’ 부인

입력 2015-07-30 02:24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정권의 과거사 왜곡과 역주행이 가속화되고 있다. 집단 자위권 법안을 중의원에서 강행 처리하면서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성큼 다가선 데 이어 일본군 위안부 강제연행 사실마저 부정하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아베 총리가 다음달 발표할 전후 70년 담화(아베 담화)를 앞두고 멍석을 깔아주고 있는 곳은 집권 여당인 자민당과 민간단체다.

29일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스위스 제네바에서 전날 열린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 제63회 준비회의에 ‘나데시코 액션’ 등 일본 민간단체들이 참석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해 잘못 알려진 것이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 민간단체가 유엔 위원회에 참석해 위안부 강제연행을 부정한 것은 처음이다.

나데시코 액션의 야마모토 유미코 대표는 회의에서 미국, 캐나다, 호주 등에서의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 설치 움직임에 대해 우려를 나타낸 뒤 “위안부 문제는 여성 인권 옹호라는 목적을 벗어나 해외 반일(反日)정치 캠페인에 이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나데시코 액션은 지난 3월에도 미국 뉴욕에서 위안부 역사가 날조라고 주장하는 집회를 연 일본 우익단체다.

회의에 동석한 스기타 미오 전 차세대당 중의원도 “‘군이나 관헌에 의한 조직적인 강제연행이 이뤄졌다’고 보도한 아사히신문이 오보를 인정한 것을 계기로 일본에서는 ‘위안부 강제연행은 없었다’는 인식이 정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군 위안부 제도의 강제성과 반(反)인도적 성격을 희석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일본은 한발 나아가 홍보기관인 ‘재팬하우스’를 신설해 해외에 일본 정부의 역사 인식과 영토에 관한 주장을 알린다는 방침이어서 일본의 역사 왜곡 시도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28일 자민당 내 ‘일본의 명예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특명위원회’는 국제사회가 일본군 위안부를 성노예라고 규정하거나 외국에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이 설치되는 것이 ‘일본의 명예를 훼손하고 국익을 해친다’며 국제사회의 오해를 풀고 일본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는 제안서를 아베 총리에게 전했다.

이를 받아든 아베 총리는 “잘못된 점을 바로잡지 않으면 안 된다”며 공감을 나타냈다. 자민당과 민간단체들이 분위기를 띄우고 아베 총리는 이를 수용하는 방식으로 일본군 위안부 역사 왜곡을 본격화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아베 총리는 지난 3월에도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위안부는 인신매매 희생자”라며 민간업체에 책임을 전가하는 발언을 해 논란을 일으켰다.

자민당과 민간단체가 이런 주장들을 내놓는 것은 다음달 아베 총리가 발표할 전후 70년 담화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베 총리는 ‘식민지배’와 ‘침략’ 등 일본의 역사적 과오를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를 포함해 역대 정부의 담화를 계승하겠다고 공언했지만 현재로서는 ‘침략’과 ‘반성’만 담기고, ‘식민지배’와 ‘사죄’는 빠질 가능성이 높다. 이때 뒤따르는 비판 여론을 상쇄하기 위해 사전정지 작업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