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과거사 인정해야” 한·일 지식인들 한목소리… 5년 만에 두 번째 공동성명

입력 2015-07-30 02:11
한국병합 100년 한·일 지식인 공동성명 발기위원회는 29일 오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과 일본을 비롯해 미국, 유럽 등의 지식인 350여명이 참여한 ‘2015 한·일 그리고 세계 지식인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태진 서울대 명예교수가 공동성명을 낭독하고 있다. 곽경근 선임기자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침략과 식민지 지배가 아시아의 근린제국에 엄청난 손해와 고통을 주었다는 사실을 재확인하고, 진정한 반성과 사죄의 뜻을 표명하지 않으면 안 된다.”

한·일 양국 지식인들이 다음 달 발표되는 ‘아베 담화’와 관련, 일본의 반성과 사죄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에 신속히 나서기를 바라며 탄광에서의 강제노동 사실은 명확하게 인정하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두 나라 지식인들은 29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2015년 한·일 그리고 세계 지식인 공동성명’(이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한·일 지식인 공동성명이 나온 것은 2010년에 이어 두 번째다. 이번 성명에는 미국과 유럽의 학자들까지 동참해 국제적 성격을 강화했다.

공동성명은 먼저 “아베 정권은 신(新) 미·일동맹 강화 전략의 틀 안에서 무라야마 담화 이래 진행된 식민지 지배 반성 노력을 역전시키려 하고 있다”며 “역사의 역류가 몰아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역류 현상을 외면하며 과거의 문제는 그대로 덮어두고 미래로 나아가자는 주장은 과거를 온존시켜 미래를 지배하려고 하는 음모이기도 하다”며 “과거는 공개하고, 사죄하고, 용서하여 극복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동아시아 정책에 대해 “동아시아에서 또 하나의 전쟁 가능성이 아니라 새로운 민주적 가능성으로 회귀해 그 가능성을 지원하기 바란다”며 방향 전환을 요구한 대목도 눈에 띈다.

한국 측 김영호 전 유한대학 총장과 함께 공동성명 작성을 주도한 일본의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는 기자회견에서 “일본에서도 아베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고, 8·15 전몰자 위령제에서 아베 총리가 어떻게 발언하느냐에 대해 굉장히 주목하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또 “올 들어 지식인 300명이 위안부 문제 해결과 아베 담화 수정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한 데 이어 최근에는 비정치적 중도파에 속하는 전문가 75명이 아베 담화에 대해 우려하는 성명서를 냈다”고 덧붙였다.

이번 공동성명에는 강만길(고려대 명예교수) 고은(시인) 이태진(서울대 명예교수) 등 한국 382명, 아라이 신이치(스루가다이대 명예교수) 등 일본 105명이 참여했다. 또 미국에서 알렉시스 더든(코네티컷대 교수), 노엄 촘스키(MIT 교수) 등 지식인들과 유럽의 일본 및 한국 관련 학회 교수들이 동참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