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패션 브랜드 에르메스의 대표 제품 ‘버킨백’(오른쪽 사진)의 주인공인 영국의 가수 제인 버킨(68·왼쪽)이 에르메스 측에 제품명에서 자신의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다. 가방 한 개를 만들기 위해 두세 마리의 악어를 잔인하게 죽인다는 사실 때문이다.
28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버킨은 “내 이름이 붙은 에르메스 백에 쓸 악어를 잔인하게 죽인다는 걸 알았다”면서 “에르메스의 관행이 국제 규범에 맞도록 개선될 때까지 내 이름을 빼 달라고 요청했다”고 성명을 냈다.
악어 도살 문제를 제기해 온 단체 ‘동물을 인도적으로 사랑하는 사람들(PETA)’은 버킨백 때문에 악어를 충격기로 기절시킨 후 껍질을 벗기는 잔인한 관행이 사라지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다.
‘부의 상징’인 버킨백은 가죽의 종류에 따라 최대 2억원대까지 호가한다. 하지만 구매하려면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5∼6년을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의 부인 빅토리아 베컴은 버킨백을 100개나 가지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버킨백은 1981년 에르메스 사장 장루이 뒤마가 비행기에서 버킨의 옆 좌석에 앉게 되면서 탄생했다. 버킨은 짐칸에 올려놨던 밀짚가방에서 내용물이 쏟아지자 “가죽으로 된 작은 여행 가방을 찾기 힘들다”고 불평했고, 3년 후 뒤마는 버킨에게 오직 그녀만을 위한 가방 ‘버킨백’을 만들어 선물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버킨백에서 내 이름 빼달라”… 英 가수 버킨, 에르메스에 요청
입력 2015-07-30 0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