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이 권역별 비례대표제, 국가정보원 해킹 의혹 등 굵직한 현안에서 세밀한 실천전략을 내놓지 못하는 모습이다. ‘무엇을 하겠다’는 목소리는 높지만 ‘어떻게 하겠다’는 방법론이 빠져 있다는 지적이다.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과 의원 정수 조정은 새정치연합이 우왕좌왕하고 있는 대표 사례다. 문재인 대표는 2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하려면 지역구와 비례대표의 정수 조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의원 정수를 꼭 늘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의원 정수는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국민의 공감을 얻을 때 다양한 방안의 구상 속에서 논의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문 대표는 ‘정수 조정’이 필요하다면서도 의원 증원인지, 고정인지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의원 정수와 따로 떼어놓고 논의하기 어려운 문제여서 이 제도 도입을 주장하는 쪽은 늘 의원 정수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혀 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경우 전체 의석 300명을 유지하면서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을 2대 1로 할 것을 제안했다. 지역구 의석을 줄이자는 것이다. 반면 정의당은 전체 의석을 360석으로 늘려 지역구와 비례대표 비율을 2대 1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은 비판 여론 탓에 의원 정수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혁신위원인 조국 서울대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에 새누리당을 향해 “지역 대 비례 비율을 2대 1로 하라는 선관위 권고는 무시할 것인가. 일체의 의원 증원을 하지 않고 헌법재판소 결정에 맞추려면 농어촌 지역구를 대폭 줄어야 한다. 이걸 원하는가?”라고 썼다. 혁신위원회는 의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내건 새정치연합조차 의원 증원이라는 ‘불편한 진실’에는 눈을 감고 있다. 이종걸 원내대표가 “390석은 돼야 한다”며 구체안을 말했지만 당은 곧바로 “당론이 아니다”고 반박하는 일도 벌어졌다.
새정치연합이 “메르스만큼 위험하다”고 했던 국정원 해킹 의혹은 2주째 쳇바퀴를 돌고 있다. 당은 국정원에 해킹 프로그램 로그파일 등을 제출하라고 촉구하고 있지만 새누리당의 ‘철벽 방어’에 속수무책이다. 지난 27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해킹 의혹에 대한 국정원 현안보고가 있었지만 “직을 걸고 사찰은 없었다(이병호 국정원장)”는 해명만 잔뜩 들어준 꼴이 됐다.
새정치연합은 ‘유능한 경제정당’을 외치면서도 추경 협상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세입경정 반대’ ‘법인세 인상’이라는 목소리는 높았다. 새정치연합은 당초 11조8000억원 규모의 정부 추경안 중 5조6000억원의 세입추경은 전액 삭감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하지만 추경 부대의견에 ‘법인세 정비’라는 문구를 넣기로 새누리당과 합의하면서 정부의 추경안을 거의 그대로 통과시켜줬다. 그러자 새누리당은 곧바로 “법인세 정비는 법인세 인상이 아니다”며 새정치연합을 당혹케 하고 있다. 당내에서조차 ‘실패한 협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윤성이 교수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국정원 해킹 의혹은 구체적 사실 확인을 하기 어려운 문제라 ‘정쟁 프레임’에 빠져버렸고,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양당의 진영논리에 지친 국민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내용이지만 단계적으로 어떻게 하겠다는 설명이 없었다”며 “제1야당의 전략 부재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기획] 뒷심 달리는 野… 새정치연합, 권역별 비례대표제 등 현안서 목소리 높은데 실천전략 없어
입력 2015-07-30 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