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는 차이나 쇼크에 직면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중국 ‘산자이(山寨)’ 업체들이 있다. 산자이는 중국 광둥 지역에서 생산된 짝퉁 휴대전화를 ‘산자이 휴대전화’라고 부른데서 기원했다. 처음에는 짝퉁이라는 의미였지만 최근에는 단순히 베끼는 수준을 넘어 새로운 기능과 디자인까지 더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표적인 업체가 샤오미다. 초기에만 해도 ‘산자이 애플’이라는 비아냥을 들었던 샤오미는 전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4위로 올라갔고 각종 주변기기까지 만들면서 ‘샤오미 생태계’까지 구축하고 있다.
샤오미 같은 산자이 업체들이 영역을 넓힐 수 있는 건 과거처럼 ‘기술격차=경쟁력’이라는 공식이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같은 대형 전시회에 가면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업체에 여전히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진다.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세대 앞서가는 신제품을 선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얘기가 다르다. 요즘 소비자들은 단순히 첨단 기술을 체험하기 위해 비싼 값을 지불하지 않는다. IT 기술력이 전체적으로 상향 평준화하면서 저렴한 제품도 만족스럽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프리미엄 스마트폰보다 중저가 스마트폰이 최근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내수시장이 좁은 국내 업체로선 해외 시장에서 성과를 거둬야 한다. 특히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이 중요하다. 하지만 중국 산자이 업체들이 급성장하면서 국내 기업의 중국 입지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LG전자가 2분기에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아든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LG전자는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0%나 줄었다. 스마트폰은 적자는 면했지만 이익이 전혀 없었고, 주력 사업인 TV는 827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그나마 반도체는 아직 국내 업체가 앞서고 있지만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중국 정부는 앞으로 10년간 반도체 국산화를 위해 1조 위안(약 180조원)을 투자하는 등 반도체산업 육성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
[한국 제조업 위기] IT업계 ‘中 맹추격’에 초비상… 국내 기업 中 입지 흔들려
입력 2015-07-30 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