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드라마 촬영지가 될 만큼 아름다운 리조트를 여럿 지어 운영해 오던 리솜리조트그룹이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신모(58) 회장 등 경영진이 계열사를 동원해 회삿돈 수십억원을 빼돌린 혐의가 포착됐다. 검찰은 리솜리조트에 대한 농협은행의 부당 대출도 의심하고 있다. 리솜리조트는 최근 5년간 적자경영을 이어오며 자본잠식에 빠졌지만 농협의 대출금은 대폭 늘기만 했다.
◇건설사 공사비 횡령 정황=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임관혁)는 29일 서울 강남구 리솜리조트 본사와 충남 태안·예산, 충북 제천 소재 계열사 등 5곳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수사관 30여명을 보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리솜리조트그룹의 재무·회계 자료 일체를 확보했다. 농협의 장단기 차입금과 관련한 자료 역시 압수물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신 회장 등이 회삿돈을 횡령하는 과정에 계열사 리솜건설이 얽혀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리솜리조트가 리솜건설과 체결한 공사계약, 공사비 집행내역 등을 분석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리솜건설은 리솜리조트가 100% 소유한 자회사로, 인기드라마 ‘시크릿가든’에 등장한 제천의 리솜포레스트를 시공해 이름을 알렸다. 한때 필리핀 정부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수빅만에 660만㎡ 규모의 대규모 리조트시티 건설을 추진하기도 했다.
이런 리솜건설은 현재 건설면허가 취소돼 정상 영업이 불가능해진 상황으로 보인다. 리솜건설의 외부감사법인인 세림회계법인은 지난 4월 감사보고서에서 “주된 영업활동과 관련한 건설면허가 취소됐다”며 “재무제표에 대해 의견을 표명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회계법인의 의견 거절은 해당 회사의 영업 악화는 물론 경영 신뢰성 부족을 투자자들에게 알리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자본잠식 빠져도 자금 지원은 계속=검찰은 리솜리조트의 경영실적이 악화일로를 걸었는데도 최근 10년간 농협에서 거액의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었던 배경을 살피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리솜리조트는 간혹 흑자를 기록한 해도 있었지만 대부분 적자였고, 특히 2011년 이후 순손실을 이어왔다. 마침내 지난해 말에는 총부채가 총자산을 329억원 초과해 완전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는 외부감사 결과를 받았다.
하지만 농협은 리솜리조트에 대한 대출을 꾸준히 확대했다. 2005년 100억원을 웃돌던 농협 장·단기 차입금은 2년 뒤인 2007년 456억원으로 급증했고, 2011년에는 931억원까지 뛰었다. 삼정회계법인이 2012년 감사보고서에서부터 “부채가 자산보다 커지고 있다”며 매년 위험신호를 보냈지만 농협의 대출금은 지난해 결국 1424억원까지 늘어났다.
농협을 제외하면 리솜리조트에 돈을 빌려준 금융회사는 저축은행 캐피털사 등 제2금융권밖에 없었다. 그나마 제2금융권의 대출은 농협보다 소액이었으며 금리가 높았다. 농협은 리솜리조트와의 거래가 규정에 맞게 이뤄졌으며, 연체 사실도 없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그간 농협은행 내부에서도 “담보비율을 과다하게 적용했다”며 리솜리조트에 대한 추가 대출을 반대하는 기류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부실한 재무상태에도 거액 대출이 이뤄진 정황을 장기간 내사한 검찰은 대출 승인 절차에 문제가 없었는지 살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진 횡령으로 시작한 수사가 정관계 로비 의혹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국내 최고 힐링 리조트가 ‘횡령 리조트’?… 검찰, 리솜리조트 그룹 5곳 압수수색
입력 2015-07-30 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