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아베 정권은 세계 지식인들 지적에 귀 기울여라

입력 2015-07-30 00:59
한국과 일본을 주축으로 미국·유럽 등의 지식인들이 29일 일본의 극심한 우경화를 우려하고 과거사 인정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냈다. ‘한국병합 100년 한·일 지식인 공동성명’ 발기위원회가 발표한 ‘2015년 한·일 그리고 세계 지식인 공동성명’은 일본 아베 신조 정권을 향해 “역사수정주의, 적극적 평화주의를 내세우며 과거는 덮어두고 미래로 가자는 논리를 펴지만, 역사적 진실로서의 과거는 은폐될 수 없다”며 “오히려 이를 인정하고 진정으로 반성할 때 과거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성명은 아베 총리의 종전 70주년 담화에 앞서 발표된 것이다. 5년 전에 이어 또다시 세계 지식인들까지 대거 참여, 아베 정권이 일방적으로 우경화를 강행하며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역사적 사실까지 왜곡시키는데 대해 의견을 같이했다는 의미가 있다. 그 배경에는 일본의 우파 정치인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과 이익을 위해 거짓 역사 등을 우파 지식인과 미디어를 통해 확대재생산시키는 것에 대한 경고의 뜻도 들어 있다.

아베 총리와 일본의 정치권은 국제사회 지식인층의 비판에 귀 기울여야 한다. 그럼에도 집권 자민당내 ‘일본의 명예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특명위원회’는 아베 총리에게 전달한 제언에서 위안부 모집의 강제성을 인정한 1993년 고노 담화에 대해 “사실에 반하는 인식을 국제사회에 알린 큰 원인이 됐다”며 일본 정부가 적극 반박하라고 주장했다. 이에 아베 총리는 “확실히 받아들인다. 잘못된 점은 고쳐나가겠다”고 맞장구를 쳤다. 이것은 역사적 진실에 반하는 왜곡된 주장이자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국가로서의 자세와는 너무 거리가 멀다. 국내 정치적 이익과 인기를 위해 진실을 덮으려는 비문명적 행위라고 볼 수 있다.

미국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 원내대표도 방미 중인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등을 만난 자리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아베 총리가 조금 더 분명한 언급을 해야 하는데 아쉽다. 위안부 피해자들의 고통을 이해한다”고 지적했다. 공화당의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도 “위안부 문제와 많은 역사 문제에 대해 일본은 확실한 사과를 할 필요가 있다”면서 “역사는 일어난 역사 그대로 밝힐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 의회는 2007년에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까지 채택했었다.

아베 총리는 종전 70주년 담화에 국제사회가 지적한 것들에 대해 겸허히 인정하고 사죄하는 내용을 담아야 한다. “미래는 과거를 덮어두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를 청산하고 말하는 것”이라는 세계 지식인들의 지적을 명심해야 한다. 아베 정권은 종전 70주년을 계기로 아시아와 역사적 화해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리더가 될 자격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