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박천록 (8) 무슬림들 “라마단 때 교회문 닫아라” 경고

입력 2015-07-31 00:32
학교에서 점심을 먹고 있는 어린이들. 이 식사 한 끼로 하루를 버티는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연주회 수익금을 들고 기쁘게 귀국한 우리는 바로 학생들에게 점심을 해 먹이며 학교를 제대로 운영하게 되었다. 방글라데시 결식아동돕기 자선음악회는 이후 매년 열렸고 입소문이 나면서 이듬해에는 800만원, 3년 차에는 무려 1500만원이 모이는 놀라운 기적이 일어났다.

나는 이 돈으로 학교 어린이들의 점심뿐만 아니라 지역에서 굶고 있는 주민들까지 점심을 나누어줄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딸 귀영이에게 “너도 피아노를 엄마에게 잘 배워라. 나중에 선교사가 되면 선교비도 마련할 수 있으니 말이다”라고 말했다.

방글라데시 사역을 하던 중 하루는 파이다밧이란 곳으로 전도를 나갔다. 이곳이 이슬람 신자들이 가장 많이 사는 지역인데 겁 없이 들어간 것이다.

가정들을 방문해 전도를 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한 아주머니 가정에 들어가서 복음을 전하는데 갑자기 무슬림 10여명이 나타나더니 전도하는 나를 에워 쌌다. 그들은 무슬림이라는 것을 나타내는 하얀 뚜삐(빵모자)를 쓰고 있었는데 나를 노려보며 무슨 말을 하나 경청했다.

분위기가 너무 험악해 겁을 먹은 나는 힘 있게 복음을 전하지 못하고 전도를 끝내고 말았다. 나의 말을 현지어 통역을 통해 이야기 듣던 무슬림 대표는 “별거 아니네. 서로 사랑하자는 것 같은데 종교를 바꾸라고 하는 것 같지는 않네”하며 일행들을 데리고 사라졌다. 집으로 돌아오는데 부끄럽고 창피했다. 무슬림에게 겁을 먹고 담대하게 복음을 전하지 못한 것이 후회가 되었다.

이렇게 전도를 계속하는 나를 몰라떽 무슬림 지도자들이 가만히 두지 않았다. 하루는 나를 자신들의 사무실로 오라고 했다. 그곳 대표는 나를 보자마다 대뜸 교회문을 닫으라고 다그쳤다.

“당신, 학교에서 교회 운영하는 것 다 알고 있소. 그래도 아이들이 공부하니 봐 줬는데 곧 이슬람의 금식일인 라마단이 시작되오. 그러니 이 기간에는 교회에서 절대 예배를 드리지 마시오.”

“라마단과 교회예배와 무슨 상관이 있소. 우리가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데 일방적으로 교회문을 닫으라는 것은 말이 안되오.”

내가 뜻을 굽히지 않자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것을 느꼈다. 자칫 나와 가족, 성도들이 해를 입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며 수긍을 해줄까 하는 마음도 들었다. 그런데 순간 “주님이 나와 함께 하는 것을 믿는다면 무엇이 두려우랴”하는 강한 믿음이 생겼다. 내 입에서 더 큰 소리가 나왔다.

“절대 교회문은 닫을 수 없습니다.”

화가 난 무슬림 지도자들이 나를 뚫어져라 째려보는데 나도 질세라 그들의 눈을 피하지 않고 같이 째려보았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 식은땀이 흘렀다. 내가 다시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종교의 자유가 있는 한국에서는 이슬람의 선교활동을 방해하지 않습니다. 방글라데시도 종교의 자유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국제법을 지켜 우리의 종교활동을 방해해선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워낙 당당하게 이야기 하니 이젠 자기들끼리 “된다” “안 된다”로 나뉘어 싸웠다. 그러다 “기존대로 교회문을 열고 예배를 드리라”고 결론을 내렸다. 결국 내가 두려워하고 그들의 뜻에 따르기 직전에 하나님께서 담대함을 주셔서 선교사로서의 자긍심도 지키고 예배도 드릴 수 있게 되었다. 이제 그들이 교회예배를 인정해 준 것이기에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었다.

나는 내친김에 마을 전도집회를 한 번 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자 현지 성도들은 깜짝 놀라며 절대 안 된다고 했다. 예배를 드리게 해준 것만 해도 대단한 것인데 집회를 열면 잠잠하던 무슬림들이 공격할 수 있는 빌미를 주는 것이라고 했다.

정리=김무정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