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수 할머니 “내가 역사의 산 증인, 아베는 거짓말하지 말라”

입력 2015-07-30 02:43
이용수 할머니(왼쪽)와 마이크 혼다 의원

“내가 역사의 산증인이다. 내가 이렇게 살아있는데 아베 신조 총리는 더 이상 거짓말하지 말라.”

위안부 생존자 이용수(87) 할머니가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하원의원회관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 8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일본 정부는 (위안부 문제에) 진심으로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이 할머니는 특히 일본 집권 자민당이 ‘위안부 강제 연행은 오해에서 비롯됐고 일본 정부가 이에 대해 제대로 반론해야 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아베 정부에 냈다는 소식을 듣고는 “거짓말하지 말라”고 아베 총리를 꾸짖었다.

이 할머니는 “어린 나이에 끌려가 전기고문을 당해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겼다”며 “그러나 200살까지 살아서 (일본 정부로부터) 반드시 사과를 받아내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일본군 위안부 결의안 채택을 주도한 민주당의 마이크 혼다 의원은 이 할머니를 끌어안으며 격려한 뒤 아베 총리를 향해 “역사교과서를 바꾸지 말라”고 경고했다. 연설 도중 ‘위안부’ ‘성노예’를 한국어로 또박또박 말하기도 한 혼다 의원은 “군위안부 문제는 과거와 현재, 미래의 여성에 대한 폭력”이라며 “일본 정부가 군위안부 문제 등 과거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동료 의원들도 기념식장을 찾아와 혼다 의원에게 힘을 실었다. 민주당 애덤 쉬프 하원의원은 “(군위안부 피해라는) 역사의 일부가 일본에 의해 완전히 인정받고 미국인, 그리고 전 세계인이 이해할 때까지 싸움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빌 파스크렐 하원의원은 위안부 문제를 제기하는 일은 “진실을 인식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시민참여센터와 워싱턴 정신대문제대책위원회, 캘리포니아 한국계미국인포럼 공동주최로 열린 이날 기념식에서는 위안부 이야기를 소재로 한 영화 ‘귀향(鬼鄕)’의 축약본이 사전 공개됐다. 이 영화를 만든 조정래 감독은 “타향에서 돌아가신 수많은 소녀들의 영령이 이 영화를 보고 고향으로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워싱턴=글·사진 전석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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