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수박 수영장] 새빨간 수박 물에 첨벙∼ 여름 더위가 싸악∼

입력 2015-07-31 02:24

둥그런 수박을 반으로 쩍 갈라 온 가족이 숟가락으로 퍼먹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 때 수박을 푼 자리에 찰박하게 고이는 물은 보는 것만으로도 더위를 싹 잊게 한다. 혹 상상력이 많은 아이라면 ‘걸리버 여행기’의 소인국 사람처럼 그 수박 물에서 첨벙거리고 싶다는 생각을 해봤을까.

이 그림책은 그런 상상에서 길어 올린 수작이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또 장애를 가진 사람까지 농촌의 한 동네 사람들이 거대한 수박 수영장에서 노는 이야기를 담았다. 넓은 수박 잎은 다이빙대가 됐다. 노란 튜브를 허리에 낀 아이들이 거기서 뛰어내리는 모습이 정겹다. 할아버지는 다 먹은 수박 껍질을 길쭉하게 쓱 잘라서는 미끄럼틀을 만들어준다. 미끌미끌 수박 속껍질은 슬라이딩하기에 그만이다. 수영복 차림의 할머니까지 신나게 즐긴다. 수영하다가 지친 아이들은 부드러운 수박 속으로는 성(城)을 만들고 눈사람도 조각한다. 모래성 쌓기 하듯이 말이다.

햇볕이 뜨거워질 무렵에는 늘 ‘구름 장수’가 온다. 하얀 구름 양산과 까만 먹구름 샤워를 팔다니, 얼마나 재기발랄한 아이디어인가. 서걱거리는 수박 살, 붉고 청량한 수박 물, 아이들의 웃음소리, 붉은 노을, 밤의 반딧불이 등이 그려져 있어 책장을 넘길수록 여름의 정취가 온몸으로 생생하게 느껴진다. 마을 너머로 지는 해를 함께 바라보며 내년 여름을 기약하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 이웃이 왜 필요한지도 알 것 같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소반 위에 다 먹다 남은 수박 한 통과 숟가락들이 묘사되어 ‘수박 수영장’이 실제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도록 해 상상의 여지를 두었다. 그림만 그려왔던 작가가 글도 함께 쓴 첫 번째 그림책이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