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치매에 걸리셨는데요. 요양병원으로 가야 할까요. 요양시설로 가야 할까요?”
치매나 당뇨 등 만성질환을 앓는 노인성 질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요양병원과 장기요양기관은 법적으로 엄연히 구분되는 병원과 사회복지시설입니다. 하지만 실제 이 두 기관은 많은 부분에서 혼재된 기능과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 보호자들도 어느 곳으로 부모님을 모시고 가야 할지 혼란을 겪습니다. 의료법에 따르면 요양병원은 ‘노인성질환자, 만성질환자 등 장기입원이 필요한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행위’를 하는 곳입니다. 장기요양기관은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따라 ‘고령이나 노인성 질병 등의 사유로 혼자서 일상생활을 수행하기 어려운 노인을 입소시켜 신체활동지원, 간병 등의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입니다.
일반적으로 요양병원은 의료서비스 제공시 환자의 일상생활 수행능력과 의료적 필요도에 따라 7개군(의료최고도, 의료고도, 의료중도, 문제행동군, 인지장애군, 의료경도, 신체기능저하군)으로 구분합니다. 전문가들은 환자군 중 ‘문제행동, 인지장애, 신체기능 저하군’은 의료처치보다는 요양서비스 필요자로 분류합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2013년 요양병원 입원자의 환자분류군을 받아본 결과에 따르면 이들 ‘문제행동, 인지장애, 신체기능저하군’에 속하는 환자는 전체 23만7041명 중 4만5000여명으로 약 19%에 달했습니다. 요양병원 입원환자 10명 중 2명은 병원의 의료적 처치보다는 통원이나 요양서비스를 더 필요로 한다는 의미인데요. 장기요양등급자 중 장기요양서비스를 받지 않고 요양병원에 입원해 있는 환자는 전체 숫자의 절반이 넘는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요양병원에 입원한 사람들 중 상당수는 치료보다는 요양서비스가 필요한 사람들인데요. 실제 장기요양등급을 받고도 요양병원에 입원한 환자 중에는 연간 진료비가 6400만원(본인부담금 1000만원)에 달한 사례도 있습니다. 요양시설에 가서 요양을 받아야 할 사람이 요양병원에 가는 바람에 건강보험재정도 크게 지출되는 것인데요.
요양병원은 숙박기관이 아니라 엄연히 ‘의료기관’ 즉 병원이라는 점을 알아두셔야 합니다. 건강보험은 장기입원자 적정관리와 건강보험재정 절감을 위해 입원일수에 따른 ‘수가감산제도’를 두고 있습니다. 요양병원의 경우 입원일수를 기준으로 1∼180일까지는 수가의 100%를 인정해 주지만, 181일 이상은 5%, 361일 이상은 10%를 감산하고 있습니다. 요양병원 입원환자 분류 7개 중 의료적 필요도가 가장 낮은 신체기능저하군은 본인부담률을 40%로 가중 적용하고 있습니다. 경증환자의 본인부담률은 차등해 적용됩니다. 외국은 어떨까요. 일본은 입원기간 180일이 지나면 진료비 전액을 환자 본인이 부담하도록 하고 있으며, 미국은 90일 이상이면 전액 본인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고 합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동익 의원은 “요양병원은 행위별수가제가 아닌 입원일수별 수가제를 취하고 있어 요양병원 입장에서는 장기 입원하겠다는 장기요양등급자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은 그 역할이 명확히 구분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인성 질환자들의 혼재 가능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때문에 장기요양등급 판정 시에는 의료서비스가 필요한 환자인지에 대한 명확한 구분 기준이 마련돼야 합니다.
물론 환자와 그 보호자들도 할 말은 있습니다. 우리나라 요양시설이 열악하고, 의사와 양질의 의료시설이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에 당신의 ‘어머니’나 ‘아버지’를 보내기에 불안하다고 합니다. 따라서 요양시설보다는 요양병원에 보내는 것이 보다 이득이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무엇보다 요양기관과 요양병원이 필요시에는 서로 환자를 이동시킬 수 있도록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필요할 것입니다.
장윤형 기자 vitamin@kukimedia.co.kr
[장윤형 기자의 병원사용 설명서] 요양병원은 의료기관… 180일 입원까지 수가 100% 인정
입력 2015-08-03 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