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요즘 유행하는 광고 문구처럼 올 여름 휴가에 먼 곳으로 여행을 가는 등 특별한 일정 없이 ‘진정한 쉼’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른바 ‘스테이케이션(Staycation).’ 머무른다는 의미의 스테이(Stay)와 휴가를 의미하는 베이케이션(Vacation)의 합성어로, 집에서 머무르며 조용히 휴가를 보내는 것을 이르는 신조어다.
실제로 최근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20대 직장인의 약 40%, 30대 직장인의 약 50%가 올 여름휴가에 여행을 가지 않고 집에서 쉬는 스테이케이션을 선택하겠다고 답변했다.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온전하게 쉬는 시간을 통해 몸과 마음을 비우는 시간을 갖겠다는 것이다.
올 여름 스테이케이션을 결심했다면 휴가 기간 동안 미뤄왔던 건강관리를 하며 남은 한 해를 준비해보면 어떨까? 특히 금연을 시도했다 실패한 경험이 있는 직장인이라면 이번 휴가를 통해 금연을 시도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수필집에서 ‘직장인이라면 금연을 위해 휴가를 내는 게 좋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평소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동료들과 담배를 피울 일이 잦고, 회식 자리에서 동료들의 흡연 권유로 인해 금연이 어려운 경우도 많다. 때문에 직장생활을 하면서 금연을 하는 것이 어렵게 느껴졌다면 이번 여름휴가를 금연의 적기로 삼고 다시 도전해 보자.
일반적인 여름휴가 기간 3∼5일 정도만 금연을 하더라도 혈중 일산화탄소가 몸 밖으로 배출되어 체내 일산화탄소 양과 산소량이 정상 수준으로 돌아온다. 금연을 시작한 직후 나타날 수 있는 금단 증상을 휴가기간 동안 잘 견디고 나면 일상 속 금연 유지는 오히려 수월해진다.
담배를 끊기 어려운 것은 니코틴의 강력한 중독성 때문이다. 흡연 시 일시적으로 중추신경을 각성시키는 니코틴이 체내에 들어와 잠시 피로로부터 벗어난 기분을 느끼게 하지만 실제로는 그 효과가 떨어졌을 때 더한 무기력을 느끼게 한다. 얼마 전 한국을 방문한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의대 마이클 커밍스 교수는 담배 자체가 흡연자들을 중독에서 벗어날 수 없도록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금연은 개인의 문제라 할 수 없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마이클 커밍스 교수의 설명처럼 흡연은 니코틴 중독 질환으로서, 세계보건기구(WHO)는 1992년 담배에 의한 중독, 의존 및 금단증상을 질환으로 정의했다. 개인의 의지만으로 6개월 이상 금연에 성공할 확률이 4%로 현저히 낮은 것도 이 때문이다. 반면 전문가와의 상담과 금연 치료제 등 전문적인 도움을 받을 경우 의지로만 금연할 때에 비해 성공률이 10배 가량 높아진다.
니코틴 중독 수준에 따라 금연 방법을 달리하는 것이 효과적인데,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담배를 피우거나 하루에 한 갑 이상 피우는 경우, 금연에 여러 차례 실패한 경우라면 니코틴 중독 정도가 높은 수준으로 본다. 이런 경우 금연치료 전문의약품과 의료진의 전문적인 상담을 받는 것이 필수다. 금연치료를 위한 전문의약품에는 바레니클린 제제(제품명 챔픽스·사진)와 부프로피온 제제(제품명 니코피온, 웰부트린) 두 종류가 있다. 각 치료제마다 특징과 효과가 다르기 때문에 의료진과의 상담을 통해 본인에게 맞는 치료제를 선택해야 한다.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가정의학과 유태호 과장은 “금연치료에 있어 가장 중요한 목표는 최대한 많은 사람이 쉽게 금연에 성공하도록 돕는 것이다. 챔픽스는 니코틴 수용체에 결합해 빠른 시간 내 담배의 맛이 없어지게 만든다. 실제로 처방을 해보면 체감 금연성공률이 부프로피온에 비해 약 4배 이상 높다”고 설명했다. 유 과장은 “챔픽스와 부프로피온의 금연효과를 비교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12주 금연 성공률이 챔픽스는 44%, 부프로피온은 29.7%로 나타났지만 약물치료와 함께 상담, 교육, 행동 치료 등을 면밀히 진행할 경우 챔픽스의 금연성공률은 70∼80%까지 올라간다”고 덧붙였다.
한편, 올해부터는 정부의 금연치료 지원사업으로 동네 병의원에서도 금연치료가 가능하다. 상담료와 약값의 일부를 정부에서 지원해주고 있다. 또한, 금연 약물을 처방 받아 꾸준히 복용한 환자들에 대해 평균 9만3000원 가량의 인센티브를 지급하며, 6개월간 금연 상태를 유지할 경우 10만원의 추가 인센티브도 지급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약속한 대로 연내 금연치료에 대한 보험급여가 이루어진다면 치료비에 대한 부담은 지금보다도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영수 기자
“출근않는 휴가철은 금연 2차도전 적기”… 근무 부담·회식 등 없어 성공요인 커
입력 2015-08-03 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