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와 약사 간 대표적인 쟁점 중 하나가 성분명 처방이다. 성분명 처방은 의사가 환자에게 의약품을 처방할 때 제품명 대신 의약품의 성분을 기입하도록 해 약사가 해당 성분에 따라 조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논란이 되는 것은 의약품 동일성분조제, 일명 대체조제다. 현행법은 약사가 의사·치과의사의 처방전에 따른 의약품을 성분·함량·제형이 같은 다른 의약품으로 대체해 조제하려는 경우 의사·치과의사에게 사전 동의나 사후통보를 하도록 일부 허용하고 있다. 지난해 대체조제 청구 약국은 전체 약국의 30∼40%선이며, 서울지역의 경우 2013년 저가약 대체조제는 총 13만1205건(약국 당 27.9건)이었다.
이렇듯 대체조제를 법에서 허용하는데 논란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다툼은 대체조제가 의사의 처방 의약품을 바꾼다는 점에 있다. 의사들은 처방한 약을 바꾸는 것이 처방권 침해라고 반발하는 반면, 약사들은 법에서 허용했고 동일성분·함량·제형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 다른 문제는 해당 의약품의 생물학적동등성시험에 대한 신뢰성인데, 지난 2006년 일부 의약품이 생물학적동등성시험을 조작한 것으로 드러나며 신뢰가 크게 낮아졌다. 여기에 2012년 10월 감사원의 ‘건강보험 약제관리 실태에 관한 감사결과보고서’에서 2년여(2009년 1분기부터 2011년 2분기까지) 동안 환자에게 저가 약을 조제해 주고 동일 성분의 고가 약을 조제한 것처럼 요양급여비용을 부당 청구한 혐의가 있는 약국이 전체 약국의 80%에 달한다는 조사가 발표돼 대체조제 논란이 거세졌다.
대체조제는 근본적으로 환자에게 유익하다. 약국이 의료기관 처방에 따라 약을 조제하는 현실에서 처방전을 갖고 다른 지역으로 갔을 때 처방전 내역대로 약을 조제받기 힘들다. 따라서 성분·함량·제형이 같은 다른 의약품으로 대체할 경우 더 많은 약국에서 조제가 가능해져 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 문제는 많은 의료진이 성분·함량·제형이 같더라도 효과가 같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강청희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은 “대체조제 취지가 약국이 모든 약을 구비할 수 없고, 재고에 부담을 줄이자는 것인데 경제적 측면에서 장려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 또 모든 약이 생동성시험을 통과한 것도 아닌 상황에서 의사는 처방한 약을 복용한 줄 알고 진료에 임했는데 사실은 다른 약이었다면 치료효과를 제대로 알 수 없어 환자가 피해를 입는다”며 “의약분업 정신을 지키려면 의사의 동의를 얻는 것이 맞고, 최소한 사후통보는 해야 하지 않나. 약국이 안 하려면 선택분업을 해야 한다”라고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반면 약사회 측은 의료기관에서 약사법에 규정된 지역 처방의약품 목록을 제출하지 않아 약국의 처방약 구비에 많은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고, 의료기관의 빈번한 처방약 변경 등으로 약국 내 불용재고약(연간 400억원 이상 추정)이 증가해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영민 대한약사회 부회장은 “의료계 일부에서 반대하는데 한 품목으로만 하자는 것은 억지다. 약사회가 무슨 권한을 갖자고 하는 것도 아니고, 약국 불용재고약을 줄이고자 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 대체조제로 생기는 수익을 문제 삼으면 다 토해낼 의향도 있다”며 “최근 개정안 역시 대체조제 통보를 약국이 안 한다는 것이 아니라 약국뿐만 아니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민규 기자
환자 위한다면서… 끝없는 대체조제 논란
입력 2015-08-03 0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