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바이오사업 ‘셀트리온’을 넘을수 있을까

입력 2015-08-03 02:13
바이오산업은 천문학적인 투자로도 의약품 개발에 성공할 수 있을지 알기 어려운 분야이기 때문에 연구개발 투자비율을 높이면서 혁신 신약을 개발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셀트리온 제공

삼성의 바이오 사업은 향후 삼성그룹을 이끌어 갈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제일모직 자회사인 바이오회사는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지난 3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이 IT, 의학, 바이오 융합을 통한 혁신에 큰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 역시 “지난 4년간 삼성이 하면 바이오에서도 플랜트오퍼레이션을 미국 유럽보다 더 잘할 수 있다는 가설을 확인했다. 제2의 반도체 신화를 바이오 분야에서 재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CMO(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 사업을 맡고,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바이오시밀러 개발과 판매에 주력한다. 삼성물산은 지분의 절반 이상을 보유한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통해 오는 2020년까지 바이오 의약품 위탁생산(CMO) 분야 1위, 2025년 매출 4조원 및 이익 2조원 달성을 선언했다. 하지만 두 기업은 사업규모에 비해 거품이 많다는 지적이다. 미국 금융회사 베스타의 자회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는 보고서를 통해 제일모직이 보유한 삼성바이오사업 가치를 1조5000억원으로 보았다. 그간 7∼8조원으로 추정되던 시장의 기대에는 못 미친다는 평가다. 또한 삼성은 2020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에피스의 매출을 각각 9500억, 8500억으로 총 1조8000억원으로 예상했으나, 지난해 양사의 매출은 1000억원 미만에 불과하다.

삼성에게 세계 최초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를 개발한 셀트리온과의 경쟁은 피할 수 없고 넘어야 할 대상이라는 의견이 많다. 셀트리온이 현재 바이오시밀러 분야에서 삼성보다 앞서 있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2000년대 중반부터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해 온 셀트리온은 2013년 유럽에서 램시마 판매허가를 획득해 본격 판매에 나선 상태다. 일례로 레미케이드의 경우 셀트리온이 국내 기업 가운데 가장 먼저 유럽에서 임상 허가를 받았고, 미국에 허가를 신청했다. 또한 셀트리온은 유방암치료제 허셉틴 복제약의 글로벌 임상시험을 모두 마쳤고, 항암제 리툭산의 경우 임상3상 시험이 마무리 단계에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셀트리온과 후발주자인 삼성의 격차가 3년 이상 벌어져 있다. 바이오 분야에서 3년은 10년 이상의 격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이 빠르게 따라잡아도 격차를 좁히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1호 바이오시밀러인 SB4는 아직 허가조차 나지 않았다. 삼성이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를 넘어 혁신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셀트리온을 넘어설 무기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바이오의약품 생산에서도 셀트리온은 삼성을 앞서고 있다. 셀트리온은 5만 리터의 1공장을 2005년에, 9만 리터의 2공장을 2010년에 이미 완공했다. 이들 공장은 유럽의약품청(EMA) 생산승인을 받았고, 미국 cGMP 승인을 받았다. 이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가까스로 따라잡았다. 현재 CMO 사업에 주력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3만 리터 생산규모의 제1공장과 15만 리터 규모의 제2공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생산에 돌입한 것은 제1공장뿐이다. 무엇보다 셀트리온의 램시마 역시 국내 시장에서는 매출 성과가 나오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따라서 자본력이 우수한 삼성이라고 해도 보수적인 의료계의 벽을 넘어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오리지널 의약품보다 복제약을 우선시하는 경우는 드물다. 보수적인 의료계에서는 바이오시밀러를 환자에게 투여하는 것이 안전한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산업은 천문학적인 액수의 투자비가 들어가도 의약품 개발에 성공할 수 있을지 알기 어려운 ‘불확실성’이 큰 산업 중 하나다. 삼성이 말하는 성장 동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이러한 위험요소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고, 다국적 제약사 노바티스나 로슈처럼 연구개발 투자비율을 높이면서 혁신 신약을 내놓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윤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