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회장 “연로한 아버지를… 가족으론 못할 일”

입력 2015-07-29 03:30
93세의 고령에 만 하루 사이 두 번이나 비행기를 타고 이동한 탓일까. 두 아들의 경영권 다툼에 뜻하지 않게 67년을 바쳐온 회사에서 사실상 물러나게 되어서일까. 롯데그룹 창업주인 신격호 총괄회장의 얼굴은 수척했고 어두웠다.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에게 이끌려 일본행 비행기에 올랐던 신 총괄회장은 하루 만인 28일 오후 10시10분쯤 김포행 전세기편으로 입국했다.

휠체어에 탄 채 빨간 무릎담요를 덮고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낸 신 총괄회장은 신동주 전 부회장의 경영권 재탈환 시도에 대한 기자들의 빗발치는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손에 지팡이를 쥔 채 안경 너머로 먼 곳을 바라보거나 무표정한 얼굴로 주변을 응시했을 뿐이다.

신 총괄회장은 끝까지 입을 열지 않은 채 롯데그룹 직원들과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여 휠체어로 20m가량 이동한 뒤 근처에 대기하고 있던 차에 올라 김포공항을 떠났다.

일본에 동행했던 신영자 롯데삼동복지재단 이사장은 신 총괄회장의 휠체어를 앞에 두고 두 발짝쯤 뒤에서 입국장으로 들어섰다. 그 역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한편 신동빈 한국 롯데그룹 회장은 “연로한 아버지를 하루에 두 번이나 비행기를 태워 한국과 일본을 오가게 하다니, 가족이라면 차마 할 수 없는 일이다”며 분노했다고 롯데그룹이 전했다.

신 회장은 일본에서 아버지와 대면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회장이 아버지를 집으로 모시려고 했지만 신 전 부회장이 이를 거절하고 아예 만나는 일 자체를 막았다”며 “신 회장이 무엇보다 신 총괄회장의 건강을 무척 염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