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 학생을 고르던 때는 끝나가고 있다. 학생에게 선택을 받아야 대학이 생존하는 시대가 코앞에 닥쳤다. 앞으로 대학 등록금 인상은 거센 사회적 저항을 받을 수 있다. 정부 지원은 점점 깐깐해지고 대학 곳간은 바닥을 드러내려는데 학생은 줄어든다. 얼마나 많은 대학이 사라지게 될까.
‘창업형 인재 양성’이란 슬로건으로 이런 위기를 극복하고 있는 인덕대학교를 찾았다. 인덕대는 서울 북부의 ‘거점 창업 사관학교’란 타이틀을 갖고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창업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창업교육의 성과는 곳곳에서 발견된다. 인덕대 메카트로닉스 학과 4학년 배현길(25)씨는 북경대에 다니는 중국 친구와 올해 창업했다. 업체명은 호피플(Hope+People). ‘수중 로봇 물고기’(가칭) 제품을 준비하고 있다. 시제품은 이미 만들었고 연말까지 보완해 내년에 정식 제품을 시장에 내놓을 예정이다.
배씨의 로봇은 지난 25일 중국 란저우에서 막을 내린 ‘2015 국제 물고기로봇 대회’에서 호평을 받았다. 2008년부터 중국이 매년 개최하는 이 대회에는 세계에서 600여명이 참가한다. 중국에서는 베이징대 칭화대 등 명문대학들이 참가한다. 로봇 물고기 경주, 수중 발레, 수구 등이 펼쳐진다.
물고기로봇 대회 참가는 인덕대가 매년 중국에서 여는 ‘글로벌 창업캠프’의 일환이었다. 미래의 최고경영자에게 중국을 경험하도록 마련하는 자리다. 배씨는 2학년 때부터 세 번째 참가한 것이었다. 캠프에 참가한 학생 30명은 지난 22∼25일 3박4일간 실크로드의 요지인 란저우에서 시장조사를 벌이고, 창업 가능한 아이템을 발굴했다. 배씨는 기술력과 독창성을 인정받아 ‘특별상’을 수상했다. 그는 인덕대가 중국 현지에 설립한 ‘창업 지주회사’를 통해 중국 시장을 두드릴 계획이다.
지난 24일 서울 노원구 인덕대에서 이우권 총장을 만났다. 왜 그토록 창업교육을 강조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창업을 잘하는 유전자는 따로 없다. 그런 인재는 만들어지는 것이다. 창업 마인드로 무장한 인재를 배출해야 대학도 생존할 수 있다”고 했다. ‘인(in) 서울’이라는 이점은 더 이상 생존의 절대조건이 아니라는 게 이 총장의 생각이다.
-캠퍼스 곳곳에 창업 관련 게시물이 유독 많다.
“우리는 직업교육을 목표로 하는 대학이다. 창업교육은 취업에 대비한 가장 좋은 교육이다.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는 과정 전반을 직접 해보는 일이다. 이것 자체로도 큰 경험이다. 회사에 들어가도 참 유용할 것이다. 단순히 도서관에 앉아 스펙을 쌓는 건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 또 창업 정신은 존중돼야 한다. 기업이 하나 만들어지면 창업자 본인은 물론이고 여러 사람이 혜택을 받는다. 젊은이들에게 창업 정신, 도전 정신을 길러주는 건 대학의 사명이다. 당장 회사를 차리라는 건 아니다. 취업해 직장에 다니더라도 얼마든지 좋은 사업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 있다. 창업 마인드를 체득한 인재라면 그런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길 수 있다. 지금 얼마나 많은 아이템이 사람들 머릿속에서 사장(死藏)되고 있겠는가.”
-창업은 쉽지 않다. 청년실업이 심각해지자 무책임하게 창업으로 내몬다는 비판도 있다.
“창업은 성공확률이 높지 않다. 하지만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있다. 실패하더라도 다시 시도하도록 도와주는 게 대학의 일이다. 한번의 실패로 신용불량자가 된다는 건 옛날 얘기다. 우리가 운영하는 창업사관학교에 들어가기만 하면 최대 7000만원의 정부 예산을 받는다. 1년간 임대료 전기요금 관리비 등 모든 게 공짜다. 전문가들의 컨설팅도 받는다. 꿈과 아이디어만 갖고 오면 된다. 실패해도 절대 책임을 묻지 않는다. 우리 사회도 완벽하진 않지만 ‘패자부활’ 제도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곳 학생이 아니어도 사업화를 도와주는가.
“그렇다. 우리 대학은 서울에 두 곳 있는 ‘창업사관학교’다. 연세대와 우리뿐이다. 전국 7곳 중에 전문대로는 유일하다. 30∼40개 아이디어를 기업화해서 육성하고 있다. 이 업체들의 매출을 올해 100억원으로 잡았다. 창업사관학교로 지정된 2013년에는 20억원, 지난해 50억원이었는데 올해 배로 늘렸다. 중국에는 창업 지주회사를 만들었다. 생산된 제품을 중국에 파는 마케팅 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올해 35개 팀을 육성하는데 250개 팀이 지원했다. 우리 대학 출신은 10개 팀 정도다. 현장에서 창업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들이 멘토로 붙는다. 아이디어만 좋다면 시제품부터 마케팅까지 ‘원스톱’으로 도와준다.”
-창업에 소질이 있는 학생이 따로 있나.
“창업가는 길러내는 것이다. 학생들이 창업이든 취업이든 겁부터 먹는 경향이 있다. 스스로 역량이 부족하다고 여겨 더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냥 두면 중소기업은 쳐다보지 않는다. 이러니 청년실업이 심각해지는 것이다. 기업가 정신을 교육하는 게 그래서 중요하다. 중소기업의 가능성과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일을 하고 있다. 정부가 창조경제를 부르짖는데 결국 중소기업이 핵심 아닌가. 중소기업을 살찌우는 곳이 바로 전문대학이다.”
-주의 깊게 보고 있는 사업이나 인재가 있다면.
“건축과 졸업생 1명이 목공예 가구 디자인으로 사업화에 도전했다. 지금 시제품을 준비하고 있는데 시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학생 아버님이 가구 관련 사업을 한다. 가업을 잇는 것이다. 한 해 5억∼10억원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다른 학생은 학습용 로봇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교육용 소프트웨어가 장착된 로봇이다. 이미 시제품이 나와 중국에 만든 창업 지주회사를 통해 마케팅에 들어갔다. 얼마 전 중국에서 계약을 하고 돌아왔다. 이 학생 아이디어는 중국 총리가 나온 행사에서 (한국 대표로) 소개되기도 했다. 한 해 15억∼20억원 매출을 예상하고 있다.”
-학령인구가 급감하고 있다. 창업교육 외 생존 전략은.
“어학과 창업 그리고 경쟁력 있는 학과라는 3가지가 축이다. 일단 어학 교육에 강점이 있다. 창업 마인드로 무장한 글로벌 인재라면 어학 실력은 기본일 것이다. 외국인 학생에게 우리말을 잘 가르치는 걸로도 정평이 나 있다. 일단 어학으로 외국인 유학생을 끌어서 경쟁력 있는 학과에서 유학하도록 유도하는 시스템이다. 여기에는 경쟁력 있는 창업교육이 한몫하고 있다. 창업가를 기르는 데는 특히 중국과의 교류가 중요하다. 베이징대 칭화대 등 명문대와 교류하고 있다. 또 대학이 기업을 만들고 기업은 대학을 돕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하나의 아이디어를 대학과 기업이 발전시켜 탄탄하게 성장시키고, 기부를 받거나 수익을 나누는 방식이다. 그렇게 육성된 기업이 30∼40개만 파트너십을 유지하면 학생들의 등록금 부담도 상당히 낮아질 것이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창업형 인재 양성’ 모토 인덕大 이우권 총장 “단순 스펙쌓기는 그만… 대학이 창업 마인드 길러줘야”
입력 2015-07-30 0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