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 ‘한방’이 없는 野-‘안보’ 철통 방어막 친 與… 국정원 해킹 의혹 ‘소강’ 국면

입력 2015-07-29 02:23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왼쪽)가 28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전날 국회 정보위원회를 거론하며 “국가정보원이 의혹을 ‘셀프 검증’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동희 기자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가운데)가 28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국정원 해킹 의혹을 거듭 제기하는 야당을 정면으로 비판하고 있다. 이동희 기자
국가정보원 해킹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정보위원회 현안보고 파급력이 기대에 못 미치자 야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국정원에 ‘셀프 면죄부’를 줬다”고 재차 공격했지만 정국 반전을 꾀할 ‘스모킹건’(실체적 증거)을 찾지 못해 ‘플랜B’ 마련에 골몰하는 모습이다. 반면 새누리당은 “이미 의혹은 어제 다 해명됐다”며 자신감에 찬 분위기다.

◇주춤하는 야(野)=새정치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2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국정원이 해킹사찰 의혹을 셀프 검증하고, 여당이 함께 면죄부를 발급해줬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정원이 객관적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건 국회를 능멸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도 “여당 지도부가 의도적으로 거짓말했거나 여당조차 국정원에 속은 것”이라며 “이대로는 신뢰에 바탕을 둔 여야 협상을 계속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그러나 당내에선 ‘결정적 한 방’을 찾지 못할 경우 ‘국정원 해킹 정국’을 더 끌고 가기 힘들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로그파일’ 제출 요구를 새누리당이 강력 반대하는 상황에서 대여 공세가 힘에 부친다는 의미다. 정보위 야당 간사인 신경민 의원은 “자료 확보를 위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심각하게 생각 중”이라고 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청문회를 받아오지 못한 순간부터 사실상 예상된 일 아니었느냐”며 “청문회 간담회나 상임위로 뭘 밝혀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야당은 일단 이탈리아 ‘해킹팀’ 유출자료 분석 결과에 기대를 걸고 있다. 위원회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실체적 진실 한 조각만 나와도 휘발성 있게 폭발할 수 있다”고 했다.

야당은 30일 화이트해커와의 국제 공조를 위해 비영리단체 ‘오픈넷’과 토론회도 개최한다. 토론회에는 이번 의혹을 최초 폭로한 캐나다 연구팀 ‘시티즌랩’도 화상회의로 참여한다. 야당은 조만간 열릴 전문가 간담회에서 자료 제출과 전문가 참여 등도 재차 요구할 계획이다.

◇역공 펴는 여(與)=새누리당 지도부는 야당이 제기하는 의혹에 대한 의문이 모두 풀렸다며 일제히 역공에 나섰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임모 과장이 삭제한 자료가 민간인 사찰이 아닌 실험용과 대북·대테러용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전문가가 아니라도 쉽게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자세하고 충분한 설명이 있었다”며 “야당은 ‘꼬리물기’식 의혹 제기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새누리당은 로그파일 원본 공개나 민간인 전문가 참여 요구가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행위라고 반박했다. 정보위 여당 간사인 이철우 의원은 “국정원장이 로그파일을 갖다 내는 순간 세계 정보기관에서 웃음거리가 되고 다른 정보기관과 절연할 정도로 위험하다”며 “로그파일을 공개하면 목숨을 잃는 사람이 생기고 이름만 대도 다 아는 사람이 들어 있다”고 했다. 정보위 위원인 권성동 의원 역시 “(로그파일 원본이) 다 공개되면 우리의 정보 역량이 노출돼 지금까지 구축한 인적 네트워크망이 한꺼번에 붕괴된다”며 “국가안보에 얼마나 손해냐”고 꼬집었다. 노철래 의원은 “국정원 활동이 투명해질수록 좋아하는 건 북한과 정보 전쟁을 벌이는 경쟁 국가들”이라며 “지구상에서 세계 어느 나라도 스스로 국가 존립을 위한 정부기밀을 파헤치는 나라는 없다”고 지적했다.

전웅빈 최승욱 기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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