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증시 패닉] 中 증시 롤러코스터… 韓 증시 ‘멀미’

입력 2015-07-29 02:46



중국 주식시장의 불안이 심상치 않다. 지난달 중순부터 이달 초까지 30% 넘게 폭락한 상하이 종합지수는 중국 정부의 잇단 극약처방에 안정을 되찾는가 싶더니 다시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그동안 당국이 강력한 시장 개입으로 완급을 조절해 왔으나 이제 '정부의 힘'이 벽에 부닥친 모습이다. 중국 증시 불안이 장기간 지속된다면 우리나라는 직접적인 타격을 입어 경기 회복이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

‘블랙 먼데이’(검은 월요일) 이후 중국 정책 당국이 딜레마에 빠졌다. 추가 증시 부양책을 통해 다시 한번 시장에 개입할지 아니면 시장 논리에 방점을 둘 것인지를 두고 힘든 선택을 해야 할 순간이 다가왔다.

27일 상하이 종합주가지수가 8년5개월 만에 최대인 8.48% 폭락한 것은 투자자들이 중국 증시나 정부의 관리 능력에 점차 회의적인 시각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28일에도 낙폭이 줄기는 했지만 1.68% 하락세를 이어갔다.

중국 당국은 주가가 지난 6월 12일 고점 이후 30% 넘게 폭락하자 그동안 기업공개(IPO) 승인 제한, 공매도 금지, 대주주 주식 매각 제한, 주식시장 유동성 공급 등 강도 높은 대책을 내놨다. 덕분에 지난 8일 이후 상승세로 돌아섰지만 블랙 먼데이 하루 폭락으로 그동안의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해야 했다.

중국의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근본적인 원인이지만 대폭락을 촉발시킨 것은 중국 당국이 증시 부양에 손을 떼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확산되면서 투자심리가 냉각됐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중국 당국에 주가 부양 대책을 장기적으로 중지하도록 요구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위)는 대변인 명의의 성명에서 “산하 중국증권금융공사(CSFC)가 시장 부양을 위해 주식 매입을 계속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신화통신이 전했다. 신화통신은 “정부의 이번 조치가 당국이 주식 매입을 줄여나가는 등 시장 부양 조치를 중단할 것이라는 루머들을 불식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도 이날 성명을 통해 올 하반기 적절한 유동성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통화 정책을 사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상하이 증시를 향한 측면 지원의 성격이 강하다.

아직까지는 이달 초중순과 같은 고강도 대책이 나올 기미는 없다. 더 내놓을 만한 대책이 없다는 비관론과 함께 과도한 시장 개입에 대한 우려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 증시가 더는 진정한 시장이 아닌 정부 운영 시스템으로 전락했다”는 노골적인 비판까지 나온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에 대한 신뢰도 함께 무너지고 있다. 주식중개 업체 IG의 데이비드 매든 분석가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중국 증시의 비밀이 탄로난 상태”라며 “하루 사이에 중국 증시가 폭락한 현상은 정부의 증시 안정 노력이 헛수고라는 사실을 확인해줬고 아무리 자금을 퍼부어도 신뢰를 회복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중국 당국은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묘수를 찾아야 한다. 상하이 자오퉁대학 고급금융학원(SAIF) 주닝 부학장은 파이낸셜타임스(FT)에 “이번에 정부가 아무런 대응책을 내놓지 않을 경우 그동안의 노력들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나친 개입은 중국 주식시장의 근본적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될 뿐더러 오히려 시장의 구멍만 키울 뿐”이라며 정부의 개입 자제를 촉구했다.

중국 정부의 선택은 조만간 드러날 전망이다. 현재 중국 최고 지도부는 베이징 인근 휴양지 베이다이허에 모여 중국경제 상황에 대한 전반적인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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