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큰 자식의 주변을 맴돌며 간섭하는 ‘헬리콥터 맘’에 이어 앞장서서 자식의 장애물을 제거해주는 ‘잔디 깎기 맘(lawn mower parents)’이 미국에서 사회 문제로 거론되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미국 최고 명문대학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학생들이 급증하면서 비상이 걸렸다고 보도했다. 아이비리그 중 한 곳으로 꼽히는 펜실베이니아대에서는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13개월 동안 6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마찬가지로 아이비리그에 속한 코넬대에서도 2009∼2010년 사이 6명이 자살했다. 미국 15∼24세 사이 인구 가운데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의 비율은 2007년 10만명당 9.6명에서 2013년 11.1명으로 늘었다.
더 심각한 것은 대학 상담센터 조사 결과 센터를 방문하는 학생들의 절반 이상이 불안과 우울증 등 심각한 정신적 문제를 가진 것으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NYT는 이 비율이 최근 2년 새 13% 포인트나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학생들을 오랫동안 상담한 학내 상담사들은 부모들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스탠퍼드대에서 1학년을 담당하는 줄리 리트콧하임스 학장은 2002년 취임 이후 부모가 수업 등록을 도와주러 직접 오거나 교수 면담까지 신청하는 모습을 경험했다고 NYT에 말했다.
부모들이 다 큰 자식들의 일상에 간섭하면서 독립의 기회를 앗아가는 것은 물론 자녀에게 외형적 성공만을 강조해 극심한 경쟁 속에서 쉽게 열등감에 빠지게 한다는 것이다. 더 황당한 것은 학생들이 이런 부모를 창피해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고마워한다는 것이다. 펜실베이니아대 연구에서도 대학생들이 동성이나 이성친구보다 부모와 더 친하게 지낸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NYT는 소개했다.
이처럼 자립심이 부족한 학생들이 고등학교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인정받다가 명문대 진학 후 자신보다 우수해 보이는 친구들을 접하면서 적지 않은 충격을 받게 되고 결국 이를 견디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많이 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정신건강에 안 좋다는 지적이 나왔다. 코넬대 교내 상담소장인 그레고리 엘스는 일상을 미화하고 자랑하는 게 기본인 SNS가 학생들의 우울증을 부추긴다고 지적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움직임도 대학가에서 생겨나고 있다. 최근 스탠퍼드대에서는 오리처럼 겉으로 우아하지만 물 아래에서는 분주히 다리를 움직이며 사는 학생들을 지칭하는 ‘오리 신드롬’을 되짚어보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또 SNS에 ‘못생긴 셀카’ 사진을 올리자는 모임도 생겨났다고 NYT는 전했다.
이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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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식 앞에 잡초라니” 관심과잉 美 ‘잔디깎기 맘’… 수강신청·교수면담 등 친구·매니저 역할까지
입력 2015-07-29 02: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