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는 우리 경제 곳곳에 지우기 힘든 흔적을 남겼다. 회복세를 보이던 내수 경기가 직격탄을 맞으며 주저앉았고, 한류 등을 바탕으로 성장해가던 관광업 등은 외국인 관광객 급감으로 신음해야 했다. 28일 메르스 종식이 공식화됨에 따라 경기회복 국면도 이제 시작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24일 국회에서 통과된 11조6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 등을 빠르고 적극적으로 집행해 ‘메르스 종식 선언’ 효과를 최대한 살려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세월호’보다 더 아팠던 ‘메르스’ 경제 충격=지난 5∼6월 메르스가 모두의 예상을 깨고 빠르게 확산되던 기간 소비 주체들의 경제 활동은 완전히 중단됐다. 높은 감염성과 치사율에 대한 불안감은 ‘사람의 모임’ 자체를 차단했기 때문이다. 백화점,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 매출은 급감했고 중국인 관광객(유커)을 비롯한 외국인 관광객들은 한국 방문을 꺼렸다.
실제 6월 백화점 매출액은 전월보다 10.7%, 대형마트 매출은 9.7% 줄었다. 6월 외국인 관광객 입국자는 75만925명으로 전년비 41.0% 감소했을 정도였다. 이 여파로 한국은행이 발표한 2분기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0.3%에 불과했고 올해 전체 경제성장률도 3%에 못 미치는 2.8%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7월 들어 메르스가 사실상 소멸양상을 보이면서부터 긍정적 신호도 나타나는 상황이다. 7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0으로 전월보다 1포인트 상승했다. 주요 백화점 매출액은 6월 말을 전후로 빠르게 이전 수준으로 돌아오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의 방한 물결도 재개되는 모습이다.
중국 대형 여행사인 완다(萬達)와 온라인 여행사인 퉁청(同程)이 공동으로 10만명의 유커를 한국에 보내는 프로그램을 시작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추경 집행 속도·실효성 최대화에 달렸다=정부가 급히 마련한 추경예산안이 지난 24일 국회에서 거의 원안대로 통과된 것도 긍정적 신호의 하나로 풀이되고 있다. 여기에 메르스 종식이 공식 선언되면서 심리 효과까지 더해지면 3분기부터는 내수 경기가 반등할 수 있다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11조6000억원 규모의 추경을 최대한 빠른 속도로 집행해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매월 재정관리점검회의를 열어 추경 집행 상황을 확인하는 한편 외국인 관광객 유입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한 활동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 역시 3분기부터는 메르스 이전 상태를 회복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메르스로 미뤘던 소비가 정상화하면서 8∼9월에는 경기 회복세가 나타날 것”이라며 “3분기 경제성장률이 전기 대비 1% 가까이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 부문장은 “추경이 재정지출 효과가 큰 분야에 얼마나 빠른 속도로 집행되는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다만 세계 경기 침체 등 외부 여건이 함께 개선되지 않는 한 올해 3%대 성장률이라는 정부 목표는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론도 여전히 팽배하다. 삼성증권은 최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7%로 하향 조정했다. LG경제연구원의 전망치는 2.6%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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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7-29 0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