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보훈처, 향군회장 비리 수사의뢰하라

입력 2015-07-29 00:51
재향군인회(향군)가 복마전 수준의 비리투성이 조직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가보훈처는 “향군 내부 직원들의 진정에 따라 특별감사를 실시한 결과 조남풍 회장의 각종 비리 의혹이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다”고 28일 발표했다. 조 회장은 신주인수권부사채(BW) 사건으로 향군에 790억원의 손해를 끼친 측근 최모씨가 운영하는 기업의 사내이사 조모씨를 무리하게 경영본부장에 임용했다. 조씨는 본부장에 오르자마자 이 문제로 재판을 받고 있는 최씨를 돕기 위해 향군이 회수한 채권 금액을 214억원에서 450억원으로 부풀린 서류를 법원에 제출하려 한 것으로 조사됐다. 향군 노조는 조 회장이 지난 4월 회장선거 때 최씨로부터 거액의 선거자금을 지원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 회장은 또 조씨를 비롯한 12명의 임직원을 공개 채용하면서 절차를 무시했으며, 이 가운데 8명은 57세 미만을 임용해야 한다는 인사규정에 반해 뽑은 것으로 확인됐다. 신규 임용된 향군 산하 업체 사장을 포함한 임직원 13명도 대부분 조 회장 선거캠프 인사인 것으로 드러났다. 취임한 지 불과 수개월 만에 인사 전횡을 일삼았다는 얘기다. 보훈처가 향군 인사규정을 어기고 채용한 25명의 임용 취소와 함께 인사 담당자 2명의 징계를 권고하면서도 비리의 핵심인 조 회장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이해할 수 없다.

보훈처는 마땅히 조 회장을 직무정지토록 하고 검찰에 고발해야 한다. 감사 결과만 보더라도 국내 최대 안보단체의 장(長)으로서 자격이 없다. 노조에 의해 선거 비리와 매관매직 의혹이 불거진 이상 사정기관의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본다.

향군은 국가 발전과 사회공익 증진에 이바지한다는 목적으로 결성돼 63년의 역사를 갖고 있다. 회비를 내는 정회원만 132만명이며, 전 세계 13개국에 해외 지회가 있다. 산하에 10개 업체를 두고 군에 상당한 규모의 납품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5500억원의 빚에 허덕이고 있다. 향군법에 국가로부터 보조금을 받도록 규정돼 있음에도 보훈처가 강 건너 불 보듯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다는 방증이다. 이번 기회에 향군이 거듭날 수 있도록 보훈처와 수사기관이 채찍을 들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