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경제지 니혼게이자이가 지난 23일 13억2000만 달러(1조5400억원)에 1884년 창간한 파이낸셜타임스(FT)를 사들였다. 전통적 금융 중심지 런던을 대표하는 FT는 전후 새 금융 중심지로 떠오른 뉴욕 월가의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세계 최고 경제신문을 다툰다. 디지털 전환에도 성공한 FT는 디지털 유료 구독자 50만4000명, 유료 신문 독자 20만명, 전 세계 웹사이트 가입자 640만명(2014년 기준)을 자랑한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가 뉴욕타임스(NYT)를 2억5000만 달러(2900억원)에 사들인 것에 비한다면 닛케이가 통 크게 영국 언론의 자존심을 인수한 것이다. 놀랍다.
닛케이는 수년 전부터 글로벌 전략을 수립해 진행 중이다. 지난해에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에버노트에 2000만 달러(230억원)를 투자했다. 메모, 녹음, 파일 첨부, 사진 저장, 키워드로 메모 검색, 텍스트·이미지 클래핑 기능까지 갖춘 에버노트는 사용자가 이미 1억명을 넘어선 노트 앱 점유율 1위 기업이다. 닛케이는 앞서 온·오프라인 영국 잡지인 모노클의 지분도 인수했다. 유럽과 북미의 언론·디지털 유통망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일본 사회는 전체가 나서 글로벌화(化)로 매진하는 듯하다. 아베 신조 정권은 안보 관련 법안 정비로 미국을 등에 업으려 한다. 신(新)미·일 밀월관계는 이미 한·미동맹 관계를 넘어섰고, 과거사 문제로 부딪혔던 중국과는 어느새 밀담을 주고받는 사이가 됐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글로벌 시가총액 500대 기업에 한국은 2개(시가총액 비중 0.5%)가 올랐다. 일본은 33개인 데다 증가 추세에 있다.
우리 정치, 경제, 사회가 계층과 진영으로 갈려 다투는 사이 일본은 ‘잃어버린 20년’을 완전히 극복하고 글로벌 전략에 따라 착실히 전진하고 있다. 일본을 증오하고 타기(唾棄)하기만 하면 칭찬받고 인기가 올라가는 게 한국이다. 우물 안 개구리 아닌가. 일본이 무섭다.
김명호 논설위원 mhkim@kmib.co.kr
[한마당-김명호] 일본이 무섭다
입력 2015-07-29 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