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남으로 가던 길에 엄지발가락은 동상에 걸렸고 마실 물이 부족해 꽁꽁 언 눈을 녹였지만 통일이 되면 그 땅을 다시 밟고 싶어요.”
영화 ‘국제시장’ 첫 장면은 ‘흥남철수’로 시작된다. 1950년 11월 1만5000여 미 해병은 10만5000여 중공군과 함경남도 개마고원의 장진호에서 17일간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장진호 전투는 유엔군의 후퇴와 전쟁의 장기화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 전투는 9만여명의 피란민을 실어 나른 ‘흥남철수’의 성공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시 장진호 전투에서 살아남아 흥남으로 행군한 노병 중 일부 생존자들이 27일(현지시간) 미국 미주리 콴티코시의 미 해병대 박물관에서 만나 감회에 젖었다. 한국전쟁 종전 62주년을 맞아 장진호 전투 기념비 기공식이 열린 자리에서다. 장진호 전투 생존자는 1980년대 초 4000명으로 집계됐으나 지금은 50명 안팎에 불과하다.
존 그레이(90) 예비역 중령은 “격전을 치른 고토리 지역을 탈출해 고통스럽게 흥남으로 행군하던 기억이 지금도 뇌리에 생생하다”며 “그래도 다시 그 땅을 밟아보고 싶다”고 말했다.
브루스 우드워드(85) 장진호 기념비 추진위원장도 “빨리 통일이 되어서 다시 그곳에 가보고 싶다”고 거들었다.
총 60만 달러(약 7억원)가 소요되는 기념비 건립을 위해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가 15만 달러(약 1억7400만원)를 모아 이날 전달했다. 국가보훈처는 지난해 1억5000만원을 지원한 데 이어 내년 초 국회 승인을 얻는 대로 1억5000만원을 추가 지원할 예정이다.
현경대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은 “이번 기념비 건립은 더욱 성숙한 한·미동맹을 만들어가는 촉진제가 될 것”이라며 “장진호 전투의 고귀한 정신이 북한 동포의 인권 회복과 통일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뉴저지주 저지시티의 한국전 참전용사회는 이날 저지시티에서 한국전 참전용사를 기리는 기념비 준공식을 가졌다. 저지시티의 마르코스 비질 부시장, 로널도 라바로 시의회 의장 등 지역 정치인과 한국전 참전용사 등 100여명이 모였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미국서 ‘장진호 전투 기념비’ 기공식… 참전용사 “빨리 통일이 돼 그곳에 가고 싶어”
입력 2015-07-29 0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