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제 메르스 아픔 딛고 새로운 출발 위해 힘 모아야

입력 2015-07-29 00:51
정부가 28일 사실상 메르스 종식을 선언했다. 첫 환자 발생 후 69일 만이다. 정부의 집중관리를 받던 15개 병원이 관리 해제된 데다 23일간 새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고, 격리자 또한 모두 격리 해제된 데 따른 조치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여러 상황을 종합해볼 때 국민께서 이제는 안심해도 좋다는 것이 의료계와 정부의 판단”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서둘러 메르스 종식 선언을 한 이유는 국민들로 하여금 하루라도 빨리 메르스 충격에서 벗어나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영위하게 해 경기를 활성화시키려는 데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회 전반에 미친 메르스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지금까지 186명이 확진 판정을 받아 안타깝게도 이 가운데 36명이 목숨을 잃었다. 병원에 갔다고, 환자와 접촉했다는 이유로 강제 격리된 인원은 1만6600여명에 이른다. 불안과 공포가 전국을 뒤덮었고, 이로 인한 트라우마 등 국민이 입은 정신적 피해는 측정이 불가능할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경제적 피해는 세월호 때보다 더 컸다. 국민들이 외출을 극도로 꺼리고 유커(중국인 관광객)를 비롯한 외국인 관광객이 발길을 돌리면서 내수시장이 얼어붙었다. 이에 따라 메르스가 발생한 2분기 경제성장률은 0.3%에 그쳤고, 한국은행은 메르스 사태가 올해 경제성장률을 0.2% 포인트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내놨다.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게 된 가장 큰 책임은 정부에 있다. 갈팡질팡 초기 대응 실패로 호미로 막을 수도 있었던 사태를 가래로도 못 막는 잘못을 저질렀다. 관련 책임자는 한 명도 빠짐없이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경질만으로 어물쩍 넘어가려 해선 안 된다. 예방과 대응에 실패한 질병 관리 책임자 전원을 교체해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

재발 방지 대책도 완벽하게 마련해야 한다. 무엇보다 감염병을 유입 단계에서 차단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방보다 더 좋은 질병 대책은 없기 때문이다. 메르스를 확산시킨 매개체 역할을 한 과밀한 응급실과 간병문화는 반드시 개선돼야 하고, 전문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개편하는 일도 시급하다.

정부가 종식을 선언했지만 안심하기엔 이르다. 마지막 환자가 완치된 날로부터 메르스 최대 잠복기의 두 배인 28일이 지난 후가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직 12명의 환자가 치료 중이다. 따라서 정부가 현재 ‘주의’ 단계인 감염병 위기 경보를 그대로 유지키로 한 것은 당연하다. WHO 기준을 충족할 때까지 한시도 긴장을 늦춰선 안 된다. 정부는 초기 대응 실패에서 배운 교훈을 다음달 확정, 발표 예정인 ‘국가 방역체계 개편’의 지침으로 삼아야 제2의 메르스 사태를 막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