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최병호] 제대로 된 국민연금 역사책 나왔다

입력 2015-07-29 00:10
때마침 귀중한 책이 나왔다. 공무원연금 개혁의 진통이 국민연금으로 번지는 혼란스러운 시점에 국민연금의 쟁점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책이다. ‘실록 국민의 연금’은 역사서인 동시에 전문서의 특징을 갖는, 보기 드문 책이다. 그동안 발간되었던 역사서의 패러다임을 흔들어놓고 있다. 역사적 사실을 기록한 ‘실록’을 넘어선 깊이와 폭을 지니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에서 2014년 1월 ‘국민연금 역사정리 프로젝트’를 착수한 지 1년4개월의 산고 끝에 발간되었다. 그러나 국민연금공단의 시각에서 서술하지 않았다. 당대의 연금학자들로 구성되고 독립성이 보장된 ‘국민연금사편찬위원회’에서 후배 학자들이 집필하고 선배 학자들이 편찬하였다.

국민연금에 대한 생각은 연금학자들 간에, 정부부처들 간에도 다르다. 이념이 다르고 논리도 다르다. 견해가 충돌될 때에는 연석회의를 통해 이견을 조정하였고, 때론 양쪽 입장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래서 재미있다. 사실만 기록하는 역사서는 무미건조하다. 치열한 견해 대립과 논쟁 같은 ‘생명’을 불어넣어야 한다. 그래서 이 책은 살아있는 느낌이 든다. 다만 때로는 전문적인 식견을 요하기 때문에 쉽게 따라가기 어려울 수 있다.

국민연금의 나이는 27세다. 30세를 앞둔 9부 능선에서 그동안의 사료들을 정리하고 증언을 녹취하였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태동기부터 거의 50년에 가까운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 그동안 유명을 달리하신 분, 증언하기에 건강이 허락하지 않는 분들이 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지금이라도 이만한 역사서를 발간한 것이 참으로 다행이다.

국민연금은 아프다. 그러나 아픈 만큼 성숙한다. 27년, 길지 않은 기간 동안 험한 굴곡의 역사를 거쳤다. 이 책은 제도 도입 12년 만에 전 국민연금을 성취해냈고 숱한 정치적 격랑을 견뎌낸 자랑스러운 역사를 기록하고 있다.

앞으로도 험난한 고산준령이 기다리고 있다. 고령화, 저성장, 불확실한 금융시장, 노인빈곤 등 헤쳐나가야 할 문제들이 산적되어 있다. 국민연금의 건강한 미래를 만들어나가는 일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이 때문에 일반인이나 정책 담당자, 언론인들이 읽어봐야 할 유용한 역사서이고 깊이 있는 해설서다. 대학원에서 한 학기 교재로서도 손색이 없다. 일독을 권한다.

최병호 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